솜포케어가 오는 10월 1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오픈 예정인 요양시설 내부 모습. /솜포케어 제공

고령화와 저성장 추세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이 요양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 보험사가 요양산업에서 일부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보험사를 벤치마킹해 요양산업에 뛰어든 KB라이프생명이 한국 보험업계의 롤모델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국내 보험업계와 JA공제총합연구소 등에 따르면, 일본 최초 손해보험사인 솜포재팬을 계열사로 둔 솜포홀딩스는 2015년 메시지·재팬케어 등을 인수하고, 2018년 자회사 ‘솜포케어’를 설립해 단일 합병하며 요양산업에 진출했다.

일본 보험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요양산업을 선택한 것은 필연적이었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 가입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7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5년 1650만명에서 3년 만에 1764만명으로 증가해 같은 기간 65~74세 인구(1766만명)과 비슷해졌다.

솜포케어는 단숨에 시장을 장악했다. 솜포케어는 설립 2년 뒤인 2020년 기준 1318억엔(1조196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요양업계에서 2위를 차지했다. 2021년 기준 솜포케어가 운영 중인 고령자 주택은 452개, 요양시설은 2만7000여실에 달한다.

솜포케어의 특징은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에 기반한 요양 서비스 제공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요양산업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솜포케어는 2021년 18억엔을 투자해 요양시설 입소자 침실에 수면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정보기술(IT) 기기를 도입해 호흡·심박 등을 측정, 이를 토대로 설루션을 개발해 제공한다. 지난해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건강개선 상담과 식생활 조언, 취미활동 지원, 사회교류 촉진 등 약 60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키가이드’를 시작했고, 지난 4월부터는 요양시설 운영 과정에서 확보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에가쿠’ 사업을 시작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사쿠라다 켄고 솜포홀딩스 회장이 협약서 서명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금융 제공

일본 정부도 2021년 ‘과학적 요양 정보 시스템(LIFE)’을 구축해 지원사격에 나서며 솜포케어 성공을 견인했다. 이 시스템은 요양시설이 입소자의 영양·구강·치매상태 등 일상생활 수행능력 정보를 등록해 정보가 누적되면 이를 분석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예지 보험연구원은 지난 3월 공개한 ‘일본 데이터 기반 요양서비스 도입 현황’을 통해 “일본에서는 요양서비스 수요 증가와 돌봄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주도하에 요양산업 내 디지털 기술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 양질의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업무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보험업계는 솜포케어를 벤치마킹한 KB라이프생명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이 국내선 처음으로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설립한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가 KB라이프생명으로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요양산업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요양산업을 넘긴 KB손해보험은 ‘오케어(O`Care)’ 등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2017년 주야간 보호 시설인 강동케어센터를 만든 데 이어 2019년 서울 송파구 위례동에 첫 도심형 요양시설인 ‘위례빌리지’, 2021년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서초빌리지’를 만들었다. 시골에 있는 기존 요양시설과 달리 주요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을 높여 차별화를 뒀다.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 중인 요양시설 '위례빌리지' 외관(왼쪽)과 '서초빌리지' 내부 모습(오른쪽). /KB골든라이프케어 제공

국내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요양산업은 생명보험사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간병보험 등을 통해 노후보장을 담당했던 보험산업도 요양서비스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금융위원회도 2021년 7월 ‘헬스케어 활성화 TF’ 회의를 통해 “보험산업과 요양서비스 간 연계·발전 방안 모색을 통해 새로운 사업 진출의 기회로 활용 가능하다”며 요양산업 진출을 독려했다.

보험업계는 KB라이프생명이 요양산업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생명보험사도 요양산업에 뛰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일부 생명보험사도 요양산업 진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사람이 늙고 병들었을 때를 대비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처럼 요양산업도 하나의 상품 서비스로 본다면, 충분히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