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명칭 사용료 인상안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두고 농협금융지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농협금융지주는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명칭 사용료를 중앙회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26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법 개정안에는 중앙회에 계열사들이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명칭 사용료) 부과율 상한을 기존 1000분의 25(2.5%)에서 1000분의 50(5%)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담겼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업농촌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서 농협은행 등 계열사에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일정 범위 내에서 부과하는 비용이다. 올해 농협중앙회가 계획한 계열사별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액은 농협금융지주 4927억원, 농협경제지주 475억원, 교육지원 31억원 등 총 5434억원이다. 금융지주 계열사별로 NH농협은행 3306억원(2.5%), NH농협생명보험 791억원(0.83%), NH농협손해보험 238억원(0.45%), NH투자증권 572억원(0.51%), NH자산운용 2억원(0.30%) 등을 각각 부담한다. 사실상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농업지원사업비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농협금융지주사들은 산술적으로 내년에 1조원에 달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낼 수도 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농협금융지주가 적자를 기록해도 수백억에 달하는 금액을 중앙회에 내야 한다. 실제 2018년 농협생명은 12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628억원에 달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납부하기도 했다. 농협생명은 이후에도 2019년 761억원, 2020년 799억원 등 꾸준히 농업지원사업비를 내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 농협금융지주 직원들은 물론 금융 당국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개정안은 중앙회장 연임제에 가려 그동안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앙회장 연임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반대 의견이 적은 농업지원사업비 인상안은 큰 이견 없이 본회의까지 직행하는 분위기다. 최근에서야 이 개정안이 중앙회장 연임제와 함께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농협금융지주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우진하 금융노조 NH농협지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작스러운 100% 인상은 비상식적이다"라며 "농협 계열사 적자가 커져 농협 경영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 역시 농업지원사업비 인상안이 농협금융지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농업인을 지원하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수익성과 무관하게 금융사 자금이 모회사로 흘러가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