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 공공기관에서 지난 5년간 횡령 등 재산 관련 비위로 총 31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기관 대부분이 '징계부가금'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징계부가금 제도는 공금 횡령·유용 및 금품·향응 수수 혐의로 징계를 받을 경우 해당 금액의 최대 5배를 내도록 한 일종의 '벌금'이다. 자체 징계 처분이나 형사 고발과는 별도로 이뤄진다.

'정직' 처분 후 출근을 하지 않고 월급을 타 가는 사례도 수두룩했다. 대다수의 금융 공공기관이 기본급의 일정 비율 한도로 매달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지난 5년간 지급한 임금 총액은 6억원가량이었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3 정기국회-국정감사 대비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에서 총 236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중 재산 관련 비위로 징계를 받은 자는 31명(13%)이다. 기관별로 기업은행이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자산관리공사(3명), 신용보증기금(2명), 산업은행(1명), 예금보험공사(1명) 순이다.

징계부가금 제도는 2010년 국가공무원법에 도입됐다. 이후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 등에 따라 공공기관도 징계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마련하도록 했으나, 규정을 만든 곳이 많지 않다.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서민금융진흥원만 징계부가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20조를 사실상 위반하는 것으로 징계부가금 도입이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같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중 공무원연금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은 이미 징계부가금 부과에 필요한 내부규정을 마련했다"고 꼬집었다.

그래픽=정서희

또 정직 처분을 내린 직원에게 매달 임금을 지급하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기업은행은 정직 기간 중 기본급의 60% 내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최대 40%까지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기준월액의 80%까지 지급할 수 있다. 기준월액은 기본급에서 직무급을 뺀 것으로, 기본급을 기준으로 할 경우 43%가량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지급 비율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 이들 공공기관이 지난 5년여간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지급한 임금은 총 6억2281만원이다.

정직은 파면·해임·강등에 이은 중징계로, 보통 1~6개월 동안 신분은 유지하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일을 못 하면 임금도 받지 않는 것이 당연하나, 노사협의로 만든 보수 규정에 따라 정직 중에도 임금을 받도록 한 공공기관이 많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정직 처분 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표준 취업규칙'을 통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정직 기간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공기업, 준정부기관 지침에서 정직 처분 시 보수를 전액 삭감하도록 하고 있으나 규정을 바꾸기 어렵다"며 "임금 관련 조항은 노사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 중 관련 규정을 마련한 곳은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매번 지적받는 내용이지만 당장 바꾸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