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상자산 허위 공시로 인한 투자자 피해자 이어지자 투명한 가상자산공개(ICO) 공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 당국 역시 공시 기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내년 7월 전 발표를 목표로 규정을 수립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에서 명확한 공시 기준이 정착하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발단, 퓨리에버 코인의 발행사 역시 허위 공시 의혹을 받는다. 퓨리에버 코인 발행사 유니네트워크는 환경부의 연구용역 사업에 참여한다고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에 거짓으로 공시했다. 유니네트워크는 실제로 제휴를 맺지 않은 업체들과 협업하는 것처럼 꾸며 퓨리에버 백서에 공시하기도 했다.
허위 공시를 바탕으로 시장에 출시된 퓨리에버는 상장 이후 가격이 폭락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마찰이 생겼다. 초기 투자자였던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다른 투자자 A씨와 갈등이 깊어지면서 A씨에 대한 범행을 꾸몄고 강남 납치·살해 사건이 벌어졌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은 유니네트워크의 허위 공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게임 제작사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가상자산 위믹스 역시 허위 공시 사실이 드러난 경우다. 위믹스는 지난해 10월 말 가상자산 거래소에 2억4958만개의 위믹스를 발행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실제로는 7245만개를 더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는 허위 공시를 이유로 지난해 11월 24일, 위믹스의 거래를 종료하는 상장 폐지 결정을 발표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9일 기준 2904원을 기록했던 위믹스 가격은 상장폐지 발표날(지난해 11월 24일) 2177원으로 떨어지더니 11월 26일엔 495원으로 추락했다. 21일 오후 2시 기준 위믹스는 11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명확한 가상자산 공시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헤스터 퍼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은 최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공시 기반의 자율적 규제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내 전문가들과 가상자산업계는 가상자산 특성을 고려하되 가능한 항목은 기업 주식 공개(IPO)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투명한 공시가 투자자 보호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발행인을 실명으로 적시하고 가상자산 발행량, 유통 관리방법, 공모가, 공모가 산정법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쟁글의 이현우 공동대표는 "투자자가 알아야 할 공시 내용에는 ▲재단 보유 가상자산 현황 및 변동 내역 ▲프로토콜 매출·비용·순이익·소각 ▲재단의 비용 집행 내역 등"이라며 "기존 증권과 가상자산 공시는 모두에게 공평하고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 당국도 공시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투명한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마련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디지털자산시장 정책자문을 하는 자본시장연구원의 김갑래 연구위원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투자자가 제대로 된 국문 공시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가상자산 사업자가 증권신고서에 준하는 국문 공시를 제공하도록 금융 당국이 관련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