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버팀목·디딤돌 대출의 수요 증가로 은행권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버팀목·디딤돌 대출을 실행하기 위한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이 빠르게 소진되며 기금이 주택대출 이자의 일부만 지원하는 이차보전 시기가 예년보다 6개월가량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은행은 자체 재원에서 저금리의 정책성 대출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나며 '역마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버팀목·디딤돌 대출에 대한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이 지난 4월 소진되면서 은행은 5월부터 자체 재원에서 이 대출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자금대출인 버팀목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인 디딤돌 대출은 먼저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으로 실행된다. 은행은 수탁기관으로서 이 상품을 판매하다가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이 떨어지면, 자체 재원으로 전환해 대출을 실행한다. 주택도시기금은 대신 시장 금리와 정책 금리 차이의 일부를 수탁은행에 이차보전해주는 구조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통상 버팀목·디딤돌 대출에 대한 이차보전은 매해 11월 정도 시작됐다"라며 "그러나 올해는 5월부터 이차보전이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버팀목·디딤돌 대출에 대한 이차보전 시기가 빨라질수록 손해다.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에서 대출을 실행할 때는 작지만 수수료 수익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차보전을 시작하면 자체 재원을 써가면서까지 손해가 예상되는 정책 상품을 팔아야 한다. B은행 관계자는 "이차보전으로 전환되면 기존엔 기금 재원으로 취급됐던 대출에는 판매 시 발생하는 취급수수료, 계좌를 유지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아 수익이 발생한다"라면서 "이차보전 전환 시에는 은행 재원으로 취급하고 저금리와의 차이만 단순히 보전받는 거라 수익이 없는 단순 서비스 제공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했다.

버팀목·디딤돌 대출은 저금리 상품으로, 은행의 조달비용보다도 낮다. 버팀목 대출의 금리는 2.1~2.7%, 디딤돌 대출의 금리는 2.45~3.3%다. 반면, 은행의 조달금리는 점차 높아져 최근에는 4%에 달한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신 상품의 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모두 이달 들어 4%대에 올라섰다. 쉽게 말해 은행이 4%의 금리로 자금을 마련했는데, 이보다 최대 1.9%포인트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시장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를 이차보전을 해주는 만큼 금리 차이가 모두 은행의 손해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금리 차이를 모두 이차보전해주는 것은 아니다 보니 은행에서는 결국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팔아야 하는 상품인 것이다.

C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 버팀목·디딤돌 대출이 많이 나간다"라며 "이차보전 기준은 계속 바뀌지만, 은행이 대출했을 때 받는 것만큼 다 보전해 주진 않고 모자라게 해주기 때문에 은행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없고, 정부 정책이니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차보전 확대는 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은행의 재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부의 초기 재정 부담은 적을 수 있으나, 대출금액이 늘어날수록 보전해야 할 이자액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상기에는 정부가 정책상품 금리와의 차이를 보전해야 하는 금리가 크게 오른다. 정부는 올해 디딤돌 대출과 일반 버팀목 대출의 이차보전 금리가 전년 대비 1.3%포인트, 0.9%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버팀목·디딤돌 대출의 이차보전 시기가 반년이나 앞당겨진 것은 버팀목·디딤돌 대출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대출을 실행하는 주택금융공사 역시 올해 디딤돌 대출 공급 계획인 4조4000억원이 모두 소진되면서 한시적으로 대출 판매 창구를 주택도시기금으로 일원화했다.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이 되는 청약통장의 감소도 이번 이차보전 시기가 빨라진 이유로 보인다. 주택청약종합저축 불입액은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이 돼 버팀목·디딤돌 대출에 활용된다. 지난해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84만명으로, 지난해 6월 270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청약통장이 줄어들며 주택도시기금의 재원도 줄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주택도시기금의 이차보전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의 내년 이차보전 규모는 1조3936억원이다. 이는 올해 예산안인 7656억원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