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뉴스1

최근 '불법 계좌 개설', '횡령' 등 금융사고가 터진 대구은행, 경남은행이 지난 5년간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를 한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지난 5년간 정기검사를 실시한 지방금융지주 및 지방은행은 JB금융과 계열사인 전북은행, 광주은행뿐이다.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2014년에, 경남은행은 2015년에 각각 정기검사를 받았다. BNK금융과 부산은행은 지난 10년간 정기검사를 받은 내역이 없다.

금감원은 통상 3~5년 주기로 금융기관에 대한 정기검사를 시행한다. 피감기관은 수천개에 달하나 투입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이 한정적이라 금감원이 1년에 정기검사할 수 있는 기관 수는 수십 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형 금융사 위주로 정기검사가 진행되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지방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관리, 감독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18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5년간 82개 금융 기관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10곳, 2019년 15곳, 2020년 7곳, 2021년 10곳, 2022년 26곳, 2023년 14곳에 대해 정기검사를 각각 실시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지난 5년간 정기검사를 받은 금융지주는 KB금융, 신한금융, 농협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JB금융, 메리츠금융, 한국투자금융 등 총 8개 사다.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SC제일은행, 케이뱅크 등 총 12개 사다.

최근 DGB금융 계열사인 대구은행에서 불법 계좌 개설 금융 사고가, BNK금융 계열사인 경남은행에서 1000억원대 횡령 사고 발생했는데, 이들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는 지난 5년간 이뤄지지 않았다. 수시검사와 경영실태평가 등은 이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진행됐다.

수시검사·경영실태평가 등은 특정 주제를 잡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금융사의 전반적인 실태를 점검하기는 어렵다. 금감원 검사는 크게 정기검사와 수시검사로 나뉜다. 금융사고, 건전성 위험 등 특정 현안이 생기면 실시하는 수시검사와 달리 정기검사는 주기적으로 이뤄지며 검사 범위도 보다 포괄적이다. 지난해 검사 체제 개편 전까지 종합검사와 부문검사로 나뉘었다. 정기검사의 전신(前身) 격인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금융 기관의 전반적인 경영 실태를 낱낱이 살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력 투입 규모 대비 감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먼지 털이식' 검사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폐지됐다.

지난 10년간 금감원이 매년 정기검사 또는 종합검사를 시행한 금융기관 수는 많아야 30개 수준이다. 금융지주,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저축은행, 자산운용, 상호금융 등 각 업무 권역에 속한 금융기관은 수천개에 달하는데 인력과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정한 권역별 정기검사 주기는 금융지주 산하 시중은행 2.5년, 인터넷·지방은행 3.5~4.5년, 대형 생·손보사 4년, 대형 증권사 5년, 카드사 3년이다.

그래픽=정서희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지방금융지주 및 지방은행에 대한 검사가 다소 느슨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기검사 주기 등을 고려해도 지방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검사가 10년에 한 번꼴도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올해 지방은행에서 줄줄이 금융사고가 터진 것에 대한 금감원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금감원이 모든 금융 기관을 세밀히 관리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각 금융사의 내부통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모든 금융사를 현실적으로 매번 들여다볼 수 없는 만큼 개별 금융사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