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SGI서울보증보험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열리는 해외 투자설명회(DR·딜 로드쇼)에서 투자자 유치를 지원한다. 서울보증의 대주주로서 회사가 가진 투자 매력을 설명해 해외 기관 투자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예보는 서울보증의 IPO 흥행 지원을 통해 20여년 만에 실시하는 공적자금의 회수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보증은 오는 18~22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DR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유광열 서울보증 사장과 상장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 예보 관계자가 참석한다.
예보는 이 자리에서 서울보증의 견조한 성장성과 재무건전성, 고배당 정책, 보유 주식 매각 로드맵 등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예보 고위 관계자는 “서울보증이 연 10% 이상의 성장을 지속해 왔고,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만큼 배당주로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설명할 예정이다”라며 “보증 시장을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는 성장 포인트도 소개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보증은 이행 보증, 휴대전화 할부보증 등을 제공하는 종합보증사다. 1998년 외환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해 출범했다. 예보는 서울보증의 대주주로, 지분 93.85%를 가지고 있다. 예보는 서울보증에 1999년부터 2001년까지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예보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지 22년 만에 상장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공적자금 회수에 나선다. 예보는 이번 IPO를 통해 지분 10%(698만2160주)를 매각한다. 희망 공모가 기준으로 산정한 서울보증의 공모 규모는 2757억~3616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2조7579억~3조6167억원이다.
예보와 같이 대주주가 직접 해외 DR에 참석해 상장 예정 기업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예보가 공적자금 회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보는 그동안 배당 등을 통해 서울보증으로부터 약 4조원의 자금을 회수했지만, 이번처럼 지분 매각을 통한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처음이다. 예보 관계자는 “이번 IPO는 구주매출 형식으로 예보의 지분을 파는 것”이라며 “대주주로서의 IPO 관심이 많은 만큼 해외 투자자들에게 대주주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이번 DR에 참석한다”라고 말했다.
예보가 서울보증의 해외 투자자 확보에 적극적인 이유는 해외 투자자 확보가 이번 IPO 흥행의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보증의 IPO 방식은 신주 발행이 아닌 예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분을 파는 구주매출 형태로 이뤄진다. 구주매출 방식의 IPO는 상장사에 직접적으로 자금이 투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에게 돈이 들어가 투자자 확보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구주매출 IPO의 경우 상장사의 성장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신주 발행 형식의 IPO보다는 투자자 유치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서울보증과 같은 배당주식은 국내에서는 해외만큼 수요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서울보증이 IPO 흥행에 성공하려면 해외 투자자 확보가 필수적인 셈이다.
예보는 서울보증의 IPO로 10%의 지분을 매각한 이후 단계별로 공적자금 회수에 나서기로 했다.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뒤 블록딜 등을 통해 앞으로 2~3년간 보유 지분을 추가로 줄여나갈 예정이다.
2027년 이후에는 서울보증의 경영권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 지분 50%+1주 이상 매각을 추진해 서울보증의 새로운 주인을 찾을 예정이다. 다만, 경영권 매각은 서울보증보험 업무의 성격‧범위를 고려해 보증보험 시장을 민간에 개방할지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보증보험은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민간에 개방할 때 특정 기업의 이익만 좇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보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며 “다만, 아직 보증시장 개방 이슈가 남아있는데, 이 부분은 정부에서 2027년 이후로 미뤄놓은 만큼 상장 이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지분 매각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