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리볼빙 등 카드사 대출상품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금리가 비교적 높지만, 서민의 급전 창구였던 저축은행·대부업계 등의 대출 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본업인 카드 결제 수수료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카드사도 대출에 집중하고 있지만, 동시에 건전성 악화 등이 우려돼 마냥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13일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잠시 주춤하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이 한 달 만에 다시 증가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등 국내 카드사 8곳의 지난 7월 말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보다 5483억원 늘어난 규모다. 꾸준히 증가하던 카드론 잔액은 6월 들어 소폭 감소했지만, 다른 업무 권역의 대출 창구가 좁아지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단기 대출인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도 잔액이 늘었다.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4078억원으로, 전달(6조3305억원)보다 773억원 증가했다. 리볼빙은 전달(7조2697억원)보다 393억원 증가한 7조3090억원을 기록했다.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수요가 카드업계에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는 이런 상황을 반기면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대출 규모를 늘려 당장 이익은 얻을 수 있지만, 저신용자 유입이 늘어나면서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드사는 현재 매출이 늘어도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역마진 구조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카드 수수료를 대폭 낮춘 상황에서 조달비용마저 늘었고,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대손비용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선 올해 하반기에도 삼중고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초 3% 후반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이어오던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6월 들어 4%대에 진입한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예금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자기자본과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 중 60~70%는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를 통해 채운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결과적으로 카드론 등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카드사 금리대는 14~15%대로, 이미 차주(돈 빌리는 사람)의 이자 부담이 높은 상황이다. 연체율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1.58%로 지난해 말 1.2%보다 0.38%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카드대출 연체율은 3.67%로 같은 기간 2.98%에서 0.69%포인트 늘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저신용자 등 취약 차주에 대한 자금 공급도 필요한 부분이기에 건전성을 적절히 유지하는 선에서 영업을 이어갈 전망이다"라면서 "업황 악화에 대비해 현금 보유량과 단기 카드채 발행을 늘리는 등 유동성을 키워 리스크에 대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