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가 최근 보험 플랫폼 ‘앨리스’를 출시, 디지털손해보험사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튜브 ‘숏츠’ 등을 표방한 콘텐츠가 담긴 플랫폼으로 생활밀착형보험(미니보험)을 판매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미니보험 수익성이 떨어져 비용만 지출하고 성공은 보장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달 8일 애플리케이션 앨리스를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 출시하고 미니보험 16개를 판매하고 있다. 뇌·심장 질환을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하는 ‘미니 뇌심보험’과 가족을 대표해 1명만 가입하면 되는 ‘캠핑차박보험’, 동반가입과 선물하기 기능을 갖춘 ‘골프보험’ 등이다.
미니보험은 월 보험료가 1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데다 온라인을 통해 간단히 가입할 수 있어 주 고객으로 부상한 ‘MZ세대’를 겨냥한 상품이다. 보장 기간이 짧고 범위가 좁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는 종신보험보단 당장 예상되는 질병·상해를 보장받는 효능감을 느끼고 싶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롯데손보가 플랫폼 사업의 핵심 중 하나로 미니보험을 선택한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은 간편성과 접근성이 생명이다. 플랫폼을 통해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 기간이 긴 상품을 판매하는 데 한계가 있어 상품이 ‘미니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기존 디지털손보사가 이미 미니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적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한 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자동차보험’으로 인기를 끌었던 디지털손보사 캐롯손보는 올해 1분기 10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여행·금융안심보험 등 미니보험을 판매하는 카카오손보도 같은 기간 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수요는 있어도 보험료가 저렴해 수익성에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롯데손보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이른바 ‘업셀링(상품 추가 권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니보험 가입 과정에서 고객정보 제공 동의를 얻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전속설계사가 이를 토대로 고객에게 다시 접근해 값비싼 오프라인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미니보험은 업셀링을 위한 미끼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앨리스 플랫폼 자체가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당장 내년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가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하면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하나손보는 지난해 6월 앨리스와 유사한 보험 플랫폼 ‘핑글’을 선보였지만, 디지털 전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출시 3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한 미니보험 판매로 당장 가입자 수가 많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험에서 디지털 플랫폼 전환은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어 디지털 전환이라는 환경 변화에 맞춘 선택이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