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페퍼저축은행 사옥. /페퍼저축은행 제공

자산규모가 큰 5대 저축은행 중 페퍼저축은행이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이 다른 대형사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펼쳤던 중금리 대출상품 집중 전략이 오히려 수익성을 해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페퍼저축은행은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면서도 수익 창출 방법에 한계가 있어 뾰족한 묘안은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5일 각 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429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와 달리 나머지 대형 4사는 올해 상반기 이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4사 중 OK저축은행이 535억원으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고 웰컴저축은행(238억원), SBI저축은행(105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31억원)이 다음을 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축은행업계에서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가 좁혀지기 시작해 저축은행의 수익성은 떨어졌다. 대출금리로 버는 돈은 정해져 있는데 예금금리부터 올라 고객에게 지급하는 예금이자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페퍼저축은행 역시 이러한 이유로 이익이 쪼그라든 대표적인 사례다.

페퍼저축은행과 올해 상반기 이익을 낸 4사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지점은 대출이자 수입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대출이자로 2491억원을 벌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2473억원)과 비교해 18억원(0.72%) 증가한 수치다. 전년과 견줘 대출이자 수입 증가율이 1%를 밑도는 회사는 5대 대형사 중 페퍼저축은행이 유일하다.

반면 ▲SBI저축은행은 800억원(12.58%) ▲OK저축은행은 604억원(9.84%) ▲한국투자저축은행은 520억원(23.8%) ▲웰컴저축은행은 127억원(4.54%)의 대출이자를 전년 상반기보다 더 벌어들였다. 4사와 비교해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추가이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페퍼저축은행이 그간 중금리 신용대출에 집중했던 만큼 예대금리(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축소로 인한 타격이 더욱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월~6월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비교했을 때 페퍼는 14.99%~16.34%의 상품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투자저축은행(15.19~15.92%)과 비슷하고 SBI저축은행(17.01~18.29%), OK저축은행(17.17~18.18%), 웰컴저축은행(16.72~19.06%)보다는 낮은 금리다.

상반기 페퍼저축은행 대출상품과 한국투자저축은행 평균 금리는 비슷했지만 페퍼저축은행에서 중금리 상품의 비중을 크게 두면서 이자 수입 역시 제한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중 금리 14% 이하 대출취급 비중은 48.42%로 한국투자저축은행(25.85%)과 격차가 났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고정되고 경기가 회복되리란 전망이 나오면서 저축은행업계에 돌아가는 이익이 전반적으로 늘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 이외에 페퍼저축은행만의 돌파구는 없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이자 이외에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경기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 “하반기에 금리가 안정되고 경기가 회복되면 기존에 하던 사업들의 수익성도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