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저축은행. /연합뉴스

저축은행의 대손상각비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대손상각비는 은행이 대출해 줬으나 다시 돌려받지 못해 손실로 떠안은 비용을 뜻한다. 대손상각비는 통상 부실 대출로 분류되기에 대손상각비 증가는 저축은행의 부담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금융당국은 긴급한 위험은 아직 닥치지 않았다면서도 저축은행 건전성에 대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5일 조선비즈가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 경영공시를 전수 분석한 결과, 6월 말 기준 전체 저축은행 대손상각비는 1조891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손상각비(1조3084억원)보다 44.6% 증가했으며 2021년 6월 말(8354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다.

저축은행의 대손상각비는 2019년 이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대손상각비가 늘어났다는 것은 저축은행에서 회수를 포기한 부실 대출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대손상각비는 영업 비용에 포함되기에 대손상각비 증가는 곧 저축은행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결국 최근 2개 연도 흐름으로 볼 때, 대손상각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저축은행의 건전성에 경고 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은행별로 보면 대출규모가 큰 대형사들이 주로 대손상각비도 많았다. 올해 6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대손상각비가 445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OK저축은행(1632억원)과 웰컴저축은행(1015억원)이 1000억원을 넘겼다. 중형 저축은행으로 분류되는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6월 말(329억원)과 비교해 대손상각비가 1년 새 666억원가량 늘어 996억원을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의 대손상각비는 977억원이었다.

그래픽=정서희

저축은행업계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손상각비 역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저축은행 총여신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3.41%)과 비교해 1.92%포인트 상승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자영업자나 영세 법인의 사정이 나빠졌는데 대출 금리가 오르며 이들의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저축은행의 상황이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섣부른 규제가 중·저신용자의 대출 환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추가 규제나 관리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시중은행의 잣대와 비슷하게 설정하면 중·저신용자들이 갈 곳이 없다”며 “현재로선 위험성이 크지 않은 만큼 특별 관리에 들어가기보다 전반적인 산업·금융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