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저축은행. /연합뉴스

올 상반기 저축은행 업계가 총 1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지만,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은 반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한 대형사들은 유가증권 투자 등을 통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은 상반기에 총 96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으로 예금 이자율이 뛰면서 지급해야 할 이자 비용이 급증한 가운데 대출 상환 연체율이 오르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3.41%)에 비해 1.92%p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자 이익 감소와 대손비용 증가로 저축은행의 전체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상반기에도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1분기 매출액(영업수익)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 등 5곳이 순이익을 냈다.

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이 535억원으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웰컴저축은행(237억원), SBI저축은행(105억원), 신한저축은행(100억원)도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냈고, 한국투자저축은행도 32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5대 저축은행 중 페퍼저축은행만 상반기에 429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자본 규모가 큰 대형사들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연체율 상승과 금리 인상 등의 악조건에 대응해 실적을 방어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주 수익원인 가계 신용대출 사업에서 실적이 부진했지만, 기업 대출과 유가증권 투자를 통해 많은 수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매출액 상위 10곳의 저축은행 중 OK와 웰컴, SBI, 신한 등 4곳의 기업 대출 규모는 2조5878억원에서 6조5904억원이었다. 나머지 6곳의 기업 대출은 7208억원에서 3조6746억원을 기록, 상위 4개사에 비해 규모가 작았다. 유가증권 투자로 얻은 수익 역시 OK·웰컴·SBI·신한 등 4곳이 29억원에서 122억원을 기록한 데 비해 나머지 6곳은 2억원에서 34억원을 버는데 그쳤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본이 적은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개인 신용대출 사업의 비중이 커 상반기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2분기 실적은 전체적으로 1분기보다 개선된 곳이 많았다”면서 “하반기에 금리가 떨어지면 많은 저축은행들이 상반기보다 수익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