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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그룹의 비(非)은행 사업 확장 기조로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매력이 크지 않은데도, 수요가 몰리면서 몸값이 실제 기업가치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보험사 매물은 KDB생명과 ABL생명 등이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13일 하나금융지주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KDB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에 돌입했다. ABL생명의 경우 지난달 30일 마감된 예비입찰에 JC플라워와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PE), 노틱인베스트먼트 등 세 곳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뛰어들었다.

올해 하반기부턴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악사(AXA)손해보험, 동양생명 등의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매물들은 중소형사 정도거나, 상황이 좋지 않다. MG손보는 재무 건전성 악화로 현재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상태이며, 롯데손보 역시 올해 상반기엔 11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사 측에선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는 평이 나온다.

각 사 제공

그럼에도 보험사 인수전은 불이 붙는 모양새다. 국내 금융사들이 외형 확대 등을 위해 포트폴리오에 보험사 영입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뿐 아니라 금융지주사 전환을 꾀하는 교보생명, 수협은행도 유력 인수 후보다. 여기에 미래에셋생명과 IBK연금보험 등 보험 계열사를 이미 보유한 미래에셋그룹과 IBK기업은행 등도 인수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 인수전을 두고 계륵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좋은 매물이 있다면 언제든지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기조지만, 중요한 건 현재는 마땅한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그런데도 출자 여력이 작은 회사들도 M&A 시장을 기웃거리고, 몇몇 보험사가 유력 매물로 계속 거론되면서 예상 매각가만 시장 예상가보다 말도 안 되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할 경우 초기 매각가에 유상증자 비용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7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인 KDB생명 적정 매각가가 2000억원으로 거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3배가 넘는 수치다. 게다가 인수가 끝이 아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약 3000%에 달하는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총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보험사 매물에 대한 적정 가격 분석이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특히 올해부터 새로운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이 적용되면서 업계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IFRS17은 미래에 들어올 수익을 예측해 회계상으로 반영하는데, 이때 보험사의 자의적인 판단이 많은 부분 반영된다. 금융 당국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도를 수정·보완하고 있어 실적 등 기업가치 변동의 여지가 많은 것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들의 덩치가 크지 않다 보니 적정 기업가치 산출이 중요한데, 이 작업이 쉽지 않다”면서 “내부적으론 먹거리 창출을 위해 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매물이 많이 나와 있는 증권사로 우선 눈을 돌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