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출자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뱅크런(대규모 자금 이탈) 위기를 겪은 새마을금고가 다시 곤경에 빠졌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돼 직무가 정지되면서다. 경영 혁신과 건전성 관리를 목적으로 설치한 경영혁신위원회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으로, 실효성 있는 개선이 이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최근 경영혁신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혁신위는 건전성 지도‧관리와 경영혁신, 발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자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에 요청해 각 기관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 8명을 포함 총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3개월 동안 진행되는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 방안을 담은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우선 자금 이탈의 원인으로 지목된 연체율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부실 금고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불안 관련 대책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영합리화 방면에서 임직원들의 성과급 등 보수체계 손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이 지난해 8월쯤 새마을금고 중앙회 자회사 대표이사로 특정인물을 선임해 주는 데 힘쓴 대가로 받은 800만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 /서울동부지검 제공

그러나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이런 혁신 움직임은 초반부터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수장인 박 회장이 기소되면서다. 행정안전부는 "박 회장이 기소됨에 따라 새마을금고법 제79조의 4에 의해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직무를 즉시 정지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혁 신용공제대표이사의 직무도 즉시 정지됐다.

박 회장의 빈 자리는 현재 남대문충무로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인 부회장이 대행하게 됐다. 다만 김 부회장의 경우 지역 금고 이사장 출신으로 중앙회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이런 우려에 대해 "조금의 경영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전국 1291개 새마을금고의 운영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행안부와 새마을금고는중앙회는 모두 혁신위를 필두로 강도 높은 혁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금융권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선 중앙회 이사회가 추가로 추천한 혁신위 내부 인사 4인을 둘러싼 독립성 저하 우려다. 이들은 대부분 장기간 금고 이사장직을 역임한 인물들로, 박 회장의 최측근 인사들로 알려졌다.

특히 박 회장이 오랜 기간 이사장으로 활동했던 금고의 현 이사장이 혁신위에 포함됐다. 김치규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은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다른 내부 인사와 달리 2020년 이사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 금고는 박 회장이 21년 동안 이사장으로 재직한 곳으로, 김 이사장 역시 같은 금고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다. 위원 선임에 박 회장과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새마을금고중앙회 본부회관에서 제1차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가 개최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이사들의 반발로 혁신위 설치부터 쉽지 않았고, 이마저도 3개월 임시 조직이라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라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만 '반짝'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건전성 관리 등을 투명하게 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 체계를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최근 대전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서 100억원 규모의 불법·과다 대출이 벌어졌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문제가 된 금고의 자산 규모는 700억원대로 작고 연체율은 13%로 매우 높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인근 새마을금고와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달 말 1293개 금고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6월 말, 12월 말 기준 개별 금고 단위의 실적이 별도 공시되고 있지만 새마을금고 전체 실적을 사전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마을금고 상반기 실적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