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자영업자)는 8월 말부터 사업용도로 쓴 고금리 가계신용대출을 최대 2000만원까지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 사업자 대출뿐만 아니라 개인신용대출까지 끌어 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금융 당국이 ‘저금리 대환 사업’ 이용 대상에 가계신용대출을 포함했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7% 이상의 고금리 가계신용대출을 받아 사업 용도로 지출한 자영업자들은 이달 31일부터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통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고 27일 밝혔다.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은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기업으로 정상경영을 하고 있는 차주의 금리 7% 이상의 사업자대출을 5.5% 이하 저금리 대출로 대환해 주는 정책 사업이다. 물가·금리 상승 등 복합 위기가 심화되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고자 마련된 윤석열 정부의 민생안정 대책 중 하나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진행되는 이 사업은 지난해 9월 말 시작됐다.
◇정상 영업 중인 개인사업자, 7% 고금리 신용대출·카드론 대환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가계신용대출은 사업을 정상 영위중인 개인사업자가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5월 31일까지 사용한 금리가 7% 이상인 신용대출 및 카드론이다. 기존과 동일하게 도박·사행성 관련 업종, 유흥주점, 부동산 임대·매매, 금융 등 소상공인 정책자금 제외업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계신용대출의 차주별 대환한도는 최대 2000만원이다. 개인사업자가 대환대상 가계신용대출을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1년 내 이뤄진 사업용도지출금액을 확인해 한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만약 가계신용대출 2000만원을 대환 신청하더라도 사업용도지출금액이 2000만원에 미달한다면, 사업용도지출금액만큼만 대환할 수 있다.
가계신용대출 한도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차주별 한도 1억원에 포함된다. 따라서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사업자대출을 1억원까지 저금리 대출로 대환한 개인사업자가 가계신용대출을 추가로 대환할 수는 없다. 작년 말 기준 개인사업자의 고금리 가계신용대출 중 2000만원 이하 대출이 건수 기준 86.7%를 차지했다.
◇가계대출 포함 어렵다던 금융위…저조한 실적에 입장 선회
당초 개인사업자들은 가계신용대출까지 저금리 대환 사업에 포함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가계신용대출이 사업 목적의 자금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증명할 수 없는 만큼 사업자 대출에 한해서만 저금리 대환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시기 사업자 대출을 최대 한도로 받은 이후 가계신용대출까지 실행해 경영자금으로 활용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계신용대출의 사용처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어 가계신용대출을 대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법인 같은 경우에는 법인대출하고 개인대출이 구분이 되지만, 개인사업자의 경우 사업자 대출과 가계대출이 혼재대 있다”라면서도 “다만, 이 부분은 개인을 주체로 해서 대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자금이 과연 인건비로 갔는지, 원자재 구입비로 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제외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라고 말한 바 있다.
가계신용대출을 제외하고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졌다. 실제로 저금리 대환 사업은 이달 24일 기준 약 1조원 규모(1만9000건)가 소진됐다. 사업이 시작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총 공급액(9조5000억원)의 약 10.5%만 이용된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가계신용대출을 대환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대신 대출금이 사업용도로 지출됐다는 것을 증빙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한 가계신용대출로 인한 상환부담 경감이라는 지원 취지와 차주별 대환한도를 최대 2000만원으로 제한한 점 등을 고려해 개인사업자의 사업용도지출에 대한 입증 부담은 다소 완화했다.
사업용도지출금액은 ‘부가세신고서’ 또는 ‘사업장현황신고서’를 통해 확인되는 매입금액,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를 통해 확인되는 소득지급액, ‘사업장 임대차계약서’ 또는 ‘종합소득세 신고서’를 통해 확인되는 임차료의 합산금액으로 산정한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손쉽게 발급받아 제출할 수 있는 서류와 임대차계약서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기존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통해 보유 중인 5년 만기 대출(2년 거치, 3년 분할상환)도 이달 말부터 10년 만기 대출(3년 거치, 7년 분할상환)로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가계신용대출의 저금리로 대환하려는 자영업자는 이달 31일부터 KB국민·신한 등 전국 14개 은행의 영업점을 방문해 신청·상담할 수 있다. 신청은 대면으로만 가능하고, 사업용도지출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