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본사. /롯데카드 제공

롯데카드가 상반기 실적 부진으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른 카드사에 비해 롯데카드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많은 점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카드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4월 매각 작업을 시작하면서 롯데카드의 가격을 3조원으로 제시해 고평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근 실적 악화로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가 하락한 데다, 높은 PF 사업 비중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MBK파트너스가 원했던 가격에 롯데카드를 매각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 '착시효과' 걷어낸 순이익 전년比 39% 감소

24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7% 급증한 30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업 카드사 8곳의 순이익이 12.8% 감소한 1조4168억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롯데카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자회사 매각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5월 모빌리티 사업을 하는 자회사 로카모빌리티를 호주계 자산운용사 맥쿼리에 매각했다. 자회사 매각 이익을 제외한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10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1% 감소했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상반기 순이익이 3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줄었고, 삼성카드는 8% 감소한 290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KB국민카드는 21.7% 줄어든 19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한 157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크게 늘면서 주요 카드사가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롯데카드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순이익 감소 폭이 작았던 셈이다.

◇ MBK 인수 후 부동산 PF 사업 대폭 확대

롯데카드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부동산 PF 사업 비중이 월등히 높다. 카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 중 부동산 PF 사업을 하는 곳은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2곳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한카드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901억원이었지만, 롯데카드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한 후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잔액은 빠르게 증가했다. 다른 카드사가 대부분 본업인 카드이용수수료 수입과 개인고객 대상 카드론 사업 등에 치중한 반면, MBK파트너스는 수익성 확대로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동산 PF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3조원에 롯데카드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우리금융 등 인수 후보자들이 발을 빼면서 새 주인을 찾는데 실패했다. /조선DB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지난 2020년말 2290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의 1.8%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2년 후인 지난해 말에는 1조5686억원으로 급증하며 비중이 8.5%로 뛰어올랐다.

다만, 롯데카드의 부동산 PF는 저축은행 등 다른 2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행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있고,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및 인허가용 단기 차입금)의 비중도 19%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시행사들은 사업 초기에 토지 매입 등을 위해 주로 2금융권에서 브릿지론을 통해 돈을 빌리는데,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브릿지론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 경기가 침체할 경우 수도권에서의 분양 사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의 높은 부동산 PF 사업 비중이 심각한 재무건전성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 멀어지는 '매각가 3조원'

MBK파트너스는 이미 지난해 9월 롯데카드의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 등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곳이 모두 발을 빼면서 롯데카드는 매각 첫 단계에서부터 고배를 마셨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3조원의 가격을 후보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롯데카드의 매각이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주요 카드사 대부분이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카드업계 불황이 심화한 데다, 이렇다 할 성장동력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금도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히는 금융지주사들은 카드사보다 보험사나 증권사를 인수하는데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보험, 증권사 인수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했을 뿐 카드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계열사인 우리카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했지만, 현재는 후순위로 밀린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의 20%를 보유 중인데, 새 인수자에 잔여 지분을 매각한 후에는 지금껏 유지했던 각종 할인 혜택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MBK파트너스가 3조원의 가격을 받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