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여 동안 중단했던 한국 단체여행을 허용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오히려 '그림의 떡'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선, 과거 싹쓸이 쇼핑으로 '큰 손'이라 불렸던 유커의 소비 패턴이 선별적으로 바뀌면서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가 낮아졌다. 또 중국은 신용카드보다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이 보편화돼 막대한 결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 빗장을 풀었지만, 국내 소비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카드사는 울상을 짓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평균 객단가는 600~700달러로, 동남아 관광객의 평균 객단가인 300달러보다 약 2배 높다. 이들이 다시 한국을 찾아 활발한 소비를 이어가면 그만큼 카드사의 수수료 이익도 늘어나는 셈이다.
카드사들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국내 카드 가맹점에서 중국 최대 신용카드사인 유니온페이로 결제하면, 중간 수수료를 취할 수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국내 카드 가맹점에서 유니온페이로 결제하면 전표 매입 카드사가 가맹점에서 전표를 사들이고, 이후 유니온페이와 정산하면서 중간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 방어 미사일 체계) 사태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호황을 배경으로 줄지어 해외여행에 나섰던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중국 내 경기 둔화 조짐이 확연해지면서다. 면세업계 등에서도 관광버스를 타고 수백명이 싹쓸이하듯 상품을 대량 구매하던 과거보다 이들의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결제 규모가 줄다 보니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도 함께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된 점도 악수로 작용했다. 중국에선 노점상까지도 간편결제 앱인 위챗페이·알리페이 등을 사용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거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내에선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가 간편 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돈을 쓴다 해도 카드사가 이익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적다.
주요 카드사들은 올해 들어 공동의 QR코드 결제를 규격화하기로 하는 등 간편결제 공략에 나섰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낮은 참여도와 홍보 부족 등으로 서비스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는 간편 결제사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연 오픈 페이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비해 카드사의 참여가 점차 확대되고는 있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3년 7개월 만에 한국 등 78개국에 대해 중단했던 단체 여행을 허용했다. 중국인들이 주변 눈치를 안 보고 한국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한·중이 사드 갈등을 빚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 해도 이미 간편결제에 익숙해진 특성상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이미 사드 사태·코로나19 팬데믹을 겪어 실적에는 큰 변동은 없겠지만 이와 별개로 결제 수단 다변화에 대한 대책은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