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A가 진행 중이거나,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보험사들의 로고. 좌측 상단부터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악사손해보험, ABL생명, MG손해보험. /각 사 제공

사모펀드(PEF)들이 보험사를 인수한 후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PEF가 경영권을 쥔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거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와 같은 성공 사례가 더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과거 PEF는 대형 금융사들이 보험사를 인수하기 전 중간 단계 역할을 했다. 경영난에 빠지거나 여러 문제를 겪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보험사를 PEF가 인수해 체질 개선을 한 뒤 금융지주사 등에 되파는 방식이다. 지난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한 후 5년 만에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해 거액을 챙긴 MBK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 'PEF 소유' MG손보, 부실금융기관 지정… 롯데손보도 실적 부진

16일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PEF가 대주주로 있는 보험사는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등이다. MG손보는 재무 건전성 악화로 현재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상태이며, 롯데손보 역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20년 JC파트너스로 경영권이 넘어간 MG손보는 매각 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MG손보는 JC파트너스가 인수한 첫해 1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1년과 지난해에도 600억원대의 적자를 봤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지급여력비율(RBC)이 보험업법상 최소 요구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JC파트너스는 금융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취소 여부에 대한 판결은 오는 17일 나올 예정이다. 만약 법원이 JC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줘도 금융위가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MG손보를 인수해 실적을 개선한 후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챙기려 했던 JC파트너스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롯데손보의 대주주는 JKL파트너스다. JKL파트너스는 롯데그룹이 지난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롯데손보를 매물로 내놓자, 지분 53.5%를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의 인수 첫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512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020년에도 24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부동산을 포함한 대규모 자산 매각으로 1199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631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또 매출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퇴직연금 사업에서는 지난해 3조4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영업력을 유지하기도 버거워진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을 인수해 오렌지라이프로 사명을 바꾼 후 신한금융에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신한금융 본사에서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위한 임시 이사회를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 /조선비즈DB

◇ PEF 손 안 거친 KB손보·라이프는 지주사 실적 '효자'로

여러 PEF들이 보험사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인수와 매각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거둔 이후부터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조8400억원에 ING생명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오렌지라이프로 사명을 바꾸고 실적을 개선시켜 2018년 신한금융에 지분 59.15%를 2조3000억원에 되팔았다. 앞서 2017년에는 상장을 한 뒤 지분 40.85%를 매각해 1조1000억원을 벌었고, 배당으로 6140억원을 회수했다. MBK파트너스가 5년간 오렌지라이프를 경영하면서 챙긴 차익은 2조2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험 시장이 소수의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PEF들이 MBK파트너스와 같은 '대박'을 노리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PEF에 굳이 거액의 차익을 안기지 않고, 금융지주사가 보험사를 직접 인수하는 사례도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을, 2020년에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각각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으로 탈바꿈시킨 KB금융지주다.

올해 상반기 KB손보와 KB라이프의 합산 순이익은 74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 증가했다. KB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두 보험사가 차지한 비중은 24.7%에 달했다. KB손보는 상반기에 그룹 계열사 중 은행 다음으로 많은 규모인 525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KB라이프는 전년 동기 대비 213.1% 급증한 21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 ABL생명 매각 예비입찰, PEF 3곳 참여

올해 들어서도 보험사 인수전에 여러 PEF가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이 본입찰까지 완주해 경영권을 손에 넣을 지는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보험업 경쟁력 강화를 노리는 금융지주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든 데다, 금융 당국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PEF가 보험사의 주인이 되는 것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진행된 KDB생명의 매각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앞서 열린 예비입찰에는 캑터스PE와 파운틴헤드PE, WWG자산운용 등 세 곳의 PEF가 참여했지만, 이들은 하나금융이 참전하자 본입찰을 포기했다.

지난달 30일 마감된 ABL생명의 예비입찰에도 JC플라워와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PE), 노틱인베스트먼트 등 세 곳의 PEF가 뛰어들었다. JC플라워는 미국계 운용사이며, 노틱인베스트먼트와 파운틴헤드PE는 각각 2017년과 올해 1월 설립된 곳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BL생명 인수전에 참가한 노틱인베스트먼트와 파운틴헤드PE는 비교적 업력이 짧고 금융사 경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며 "이들 가운데 인수전에서 승리하는 곳이 나와도 검증된 금융사를 전략적 투자자(SI)로 동반하지 못할 경우 금융 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벽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