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이 도입된 가운데 주요 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인 8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하반기부턴 IFRS17의 계리적 가정(위험률·해지율 등)을 변경한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진짜 성적표는 이때 나올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8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의무공시 대상이 아닌 보험사들까지 합치면 8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효과와 보험 손해율 하락 등에 따른 효과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2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했다. 이는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9742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미래 수익 원천이 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는 6월 말 기준 12조654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535억원 늘었다. 2분기만 놓고 봐도 순이익은 전년보다 40.3% 증가한 6032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른 손보사도 당기순이익이 1조원에 육박하는 등 호실적을 올렸다. DB손해보험은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0% 감소했음에도 918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는 25.2% 증가한 83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외에도 ▲현대해상(5780억원) ▲KB손해보험(5252억원) 등 5대 손보사의 순이익 총액이 4조원을 넘겼다.
생명보험사도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3대 생보사의 순위가 교차됐다. 우선 1위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974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또 올해 1분기 3위였던 한화생명이 당기순이익 7037억원을 기록해 교보생명을 약 300억원 앞지르며 2위로 올라섰다. IFRS17에서 도입된 수익성 지표인 CSM 기준으로도 한화생명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올해 보험사들의 실적 성적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회계기준은 보험사가 해지율, 손해율 등에 대한 미래 가정을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올해 1분기 일부 보험사 이익이 크게 늘어나자 금융 당국은 새 회계기준을 악용한 부풀리기가 있다고 보고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에는 CSM의 계리적 가정을 전진법으로 한다는 원칙과 더불어 실손보험 가정 산출 기준,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가이드라인 적용은 3분기부터로 정했다. 보험사들이 2분기까지의 실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년도 및 그 이후 기간의 손익으로 전액 인식하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전진법을 적용하면 회계상 1분기보다 실적이 크게 떨어져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진법을 적용하면 이익이 전(前) 분기 대비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시점이 미뤄진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이번에 실적이 크게 증가한 생보사의 경우 실제 업황은 열악한 상황이지만, 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 판매를 늘려 생긴 착시 효과로도 볼 수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를 지나 새 회계기준이 안착하면 제대로 된 실적 비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