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 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부담금을 분산 납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의 퇴직연금은 통상 연말에 집중적으로 납입돼 금융회사 간 적립금 유치 경쟁이 벌어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진다.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각 금융협회 및 금융회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 15명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부담금 분납 계획, 협회의 세부 실천방안 등을 협의하며 연말 퇴직연금 쏠림이 재연되지 않도록 당부했다. 지난해 연말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사의 퇴직연금 유치 경쟁에 따라 퇴직연금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리스크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기업의 퇴직연금이 관행적으로 12월에 집중 납입되면서 매년 연말에 금융회사 간 과도한 적립금 유치 경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금리상승 요인이 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6조에 따르면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퇴직급여 지급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말 일정 수준 이상의 최소적립금을 외부에 적립해야 한다.
이 수석부원장은 "연말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감원이 먼저 2023년 퇴직연금 부담금의 분산 납입을 실천하고 향후에도 계속 이행하겠다"라고 했다. 금감원은 올해 DB형 퇴직연금 부담금의 50%를 8월과 10월에 각각 25%씩 분납하고, 연말에 나머지 50%를 납부할 계획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회사들도 퇴직연금 부담금 분납 및 기존 적립금의 만기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26일 금융회사가 12월 전에 올해 총부담금의 40% 이상을, 두 차례 이상 분산·분납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 수석부원장은 또한 기업의 상품 선택권 확대, 적립금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위해 금융회사가 올해 연말까지 다양한 만기의 상품을 개발 및 출시해 달라고도 주문했다.
금융회사 임원들은 "금융회사의 부담금 분납 시 연말뿐 아니라 월말 집중도 피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퇴직연금 분납은 시장안정화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다양한 상품 출시와 수요자의 상품선택권 확대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금융회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연내에 다양한 퇴직연금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