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최소 7조원 규모의 증자와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외부 연구용역 결과를 기획재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기업 지원 등 대외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예산, 조직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최근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 상향을 추진 중이다. 이와 동시에 정부 출자를 통해 납입자본금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은의 법정자본금은 15조원이며, 납입자본금은 14조8000억원이다.

그래픽=손민균

1일 조선비즈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쟁력 제고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수은이 2030년까지 여신 집행액을 1000억 달러(약 115조원)로 늘리기 위해선 최소 7조원 규모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는 “현재 수은은 사실상 법정자본금을 모두 소진한 상태로, 미래 전략 실현을 위한 확장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향후 수주 산업의 초대형화, 신흥 미래산업 지원 및 사업다각화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최소 7조원 규모의 증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수은의 자본금 한도 소진율은 98%다. 정부·여당은 수은의 법정자본금 규모를 현행 1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두 배 늘리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추가 출자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사전 브리핑에서 “자본금 한도를 늘리고 수은이 활동하려면 추가적 재원 투입도 조만간 이뤄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언급한대로 2030년까지 총 7조원의 증자가 이뤄지려면 평균적으로 매년 1조원씩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보고서 내용을 참조해 출자 규모 등을 추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5년간 수은에 총 2조9583억원을 출자했다.

그래픽=손민균

수은이 자본금 확충을 강조하는 것은 ‘성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수은은 자본금이 많을수록 수출 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늘어난다. 앞서 강도 높은 쇄신에 주력해온 수은은 새 정부 들어 본연의 수출금융 지원 역량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은은 지난 정부 당시 ‘조직 효율화’에 집중해왔다. 이에 따라 임원 수를 줄이고 본사 본부와 출장소, 지점 일부를 폐쇄했다. 또 임직원 급여, 경상 경비, 예산도 대거 삭감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방산·원전·우크라이나 재건 등 수조원 규모의 국가 프로젝트 시장이 열리며 한국 기업의 수출 기대감이 커지자, 수은의 역할론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취임 후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중장기 전략을 재정비해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현재 인력의 35% 수준인 420명을 증원해 수은 직원 수를 170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작년 말 기준 수은 직원 수는 1217명이다. 보고서는 “현재 인력 규모로는 2030년 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최대 잠재력 달성을 위한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은 관계자는 “지난 2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새로 수립하기 위해 외부 기관을 통해 컨설팅을 받았고, 6월 말 이사회에 보고한 후 기재부에 내용을 전달했다”며 “보고서에서 언급한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등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