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지주(138930)의 지분 구조가 최근 급변하면서 최대 주주인 롯데그룹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지역 건설사인 협성종합건설이 3대 주주까지 올라선 반면,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 광윤사는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부산은행이 2011년 BS금융지주(BNK금융지주의 전신)로 전환한 이후 전래가 없던 지배구조 변화다.
올해 들어 롯데그룹과 BNK금융지주의 소극적인 지역 사회 환원에 대한 불만이 정치권과 부산 경제계에서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 지역 기업들이 롯데그룹을 위협할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하자 '반(反)롯데' 전선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광윤사는 최근 BNK금융지주 주식 0.84%를 전량 처분했다. 광윤사는 1990년대부터 부산은행 지분을 보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30여년 만에 BNK금융지주와의 관계를 청산한 것이다. 광윤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광윤사가 빠지면서 BNK금융지주 최대 주주인 롯데의 지분율은 기존 11.14%에서 10.30%로 줄었다.
BNK금융지주 지분을 조금씩 늘리던 협성종합건설이 3대 주주까지 올라서자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협성종합건설의 지분율은 현재 5.25%다. 여기에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의류기업 파크랜드도 지분 3.98%를 보유하고 있다. 두 부산 기업의 지분을 합치면 9.23%로 롯데그룹과 1.07%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현재 롯데그룹은 BNK금융지주 사외이사 1석을 사실상 보장받고 있다. BNK금융지주 주주인 부산 지역 기업들이 규합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분율을 앞세워 롯데그룹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반대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현재 부산 경제계의 여론도 롯데그룹과 BNK금융지주에 우호적이지 않다. 두 기업 모두 부산 지역에서 올리는 수익에 비해 지역 사회 환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협성종합건설이 BNK금융지주 지분을 늘리고, 광윤사는 오히려 지분을 매각한 것이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부산 경제계에서 나온다.
부산 경제계 인사는 "부산 경제가 계속 침체기에 있고 인구 유출도 이어지면서 롯데나 부산은행이 적극적으로 경제 활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로 BNK금융지주를 롯데가 아닌 '진짜 부산기업'이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지역 사회를 잘 아는 기업이 지역 은행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시중은행의 부산 공략이 강화되면서 BNK금융지주의 불안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2년간 부산은행이 독점했던 부산시금고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부산시 주요 기업 인사들과 만나며 기반을 다지고 있다. 부산은행이 지난 몇 년간 서울·수도권 진출에 공을 들였는데, 이러다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안팎에서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BNK금융지주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없다가 최근 상황이 달라지면서 여러 추측이 나오는 것 같다"며 "지분율 10%에 달하는 롯데그룹을 BNK금융에서 몰아낼 수도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오는 연말이나 내낸 초 약간의 변화가 더 있을 것 같다는 금융권 분석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