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신정동에 있는 국민은행 목동서로종합금융센터를 찾았다. 통상적으로 은행 업무가 다 끝난 시간이었지만, 객장은 영업 중이었다. 3명의 창구직원이 고객을 상담하고 있었고 5명 남짓한 고객이 소파에 앉아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모와 함께 온 한 고객은 “여기가 오후 6시까지 하는 은행이 맞냐?”고 물으니 청원경찰은 “그렇다”며 웃음 지었다. 이 점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국민은행의 9To6 뱅크다.
9To6 뱅크는 오후 4시까지였던 영업점 운영시간을 오후 6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국민은행의 특화점포다. 9To6 뱅크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됐던 지난해 3월 출범했다. 당시 은행영업시간은 방역정책으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단축 영업했던 만큼 9To6 뱅크 출범은 의미가 컸다. 9To6 뱅크의 전신은 9To7 뱅크다. 앞서 국민은행은 2017년 1월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하는 9To7 뱅크 20곳을 운영했다. 그런데 오후 7시까지 영업을 하니 직원의 저녁 시간 보장에 문제가 있었다. 이를 조율한 게 9To6 뱅크다.
9To6 뱅크는 현재 전국 7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34개)과 경기·인천(19개), 세종·청주·광주·전주(19개) 등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위치했다. 국민은행은 8월 1일부터 9To6 뱅크 10곳을 추가 확대한다. 이번에 확대되는 10곳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위치해 지방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9To6 뱅크가 늘어나는 데는 오후 4시 이후 은행 고객 이용률이 높기 때문이다. 목동서로종합금융센터의 경우 하루 평균 80명 내외의 고객이 내점하는데 오후 4시 이후 찾아오는 고객이 30명에 달했다.
이날 점포에서 만난 고객은 9To6 뱅크에 대해 모두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은행에 방문한 김모(53)씨는 “근처에서 학원을 운영하는데 학원 특성상 보통 오후 3~4시에 출근을 한다”며 “출근 후 업무를 확인하고 은행에 가려면 일반 점포는 시간이 촉박한데 이 지점은 오후 6시까지 운영해 자주 이용 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행은 9To6 뱅크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경험 조사를 한 결과 긍정 비율이 97%를 달했다고 밝혔다. 설문에 응한 고객들은 모두 9To6 뱅크의 가장 큰 장점으로 편리성을 꼽았다.
특히 20~30대 고객 만족 비율이 높은 편이다. 30대 이하 고객은 전원(100%)이 9To6 뱅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40대 이상 고객에서는 90% 내외가 긍정 비율을 보였다. 국민은행은 대면 채널 선호도가 높은 고령층의 긍정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조사 결과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9To6 뱅크 선호도가 더 높았다. 문현정 목동서로종합금융센터 팀장은 “노령층의 경우는 낮 시간대가 비어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은행을 찾는 경향이 있지만, 20~30대는 학업이나 직장생활로 늦은 오후 시간대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9To6 뱅크는 근처에 거주하지 않고 먼 곳에서라도 급한 은행 업무를 보려고 고객이 직접 찾는다. 콜센터를 통해 지점 소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5시 30분쯤 택시를 타고 은행까지 온 대학생 이모(23)씨는 “원룸 전세를 구해 계약서를 쓰고 각종 신고를 끝내니 오후 4시가 됐다”며 “비대면으로 대출 조회를 하니 오랜 기간 기다려야 했는데, 콜센터를 통해 9To6 지점을 소개받고 대출을 신청하러 왔다”고 말했다. 고객은 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미리 방문 일자와 시간, 상담직원을 지정하면 대기 없이 상담받을 수 있다.
9to6 뱅크는 오전·오후조로 나눠 운영된다. 오전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반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교대로 근무한다. 이를 위해 목동서로종합금융센터에는 총 6개 창구가 있었는데 가운데를 기점으로 오른쪽 3개는 오전반이, 왼쪽 3개는 오후반이 근무하고 있었다. 오후 4시가 되면 오전반 창구는 가림막으로 가려진다. 오후조 근무는 임의 배치가 아닌 직원의 자발적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국민은행은 오후반으로 일정 기간 근무를 하면 원하는 지점에 우선 배치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걸었다.
이 때문에 오후반 근무를 하는 직원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목동서로종합금융센터 오후반에 근무하는 심아영 대리는 “여섯 살 된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아침에 아이의 아침을 챙겨 먹이고 유치원에 등원시킨 후 출근할 수 있게 됐다”며 “또 오후반으로 근무를 하는 조건으로 집 근처에 있는 이 지점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어 오히려 더 만족한다”고 말했다. 문현정 팀장은 “9to6 뱅크는 고객과 직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식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9To6 뱅크는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역점 사업으로 꼽힌다. 이 행장은 부행장 시절부터 이 사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오후 4시 이후에도 창구를 직접 운영하는 은행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비대면 금융 확산과 점포 축소 추세에서 영업시간 연장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시중은행만 제공할 수 있는 대면 채널 경쟁력으로 차별점을 두자는 게 국민은행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