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세 번째)과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왼쪽 네 번째)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상생 금융 및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상생친구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수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이 원장, 여 대표이사, 정성기 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임석현 한화생명 전략기획실장. 2023.7.13/뉴스1

은행과 카드사에 이어 보험사도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놨다. 보험사 중에선 한화생명이 첫 신호탄을 쐈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는 은행권의 청년도약계좌보다 가입 연령대를 확대한 20~30대 특화 저축보험 상품 출시 계획 등 상생금융 실천 방안을 발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차수환 부원장보는 13일 오전 한화생명이 서울 여의도 63빌딩 본사에서 개최한 상생 금융‧취약계층 지원 행사에 방문했다. 이 원장이 감독 당국 수장으로서 보험사 본사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생명의 상생 보험상품 출시와 취약계층 지원 노력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이날 한화생명은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가칭)’, ‘상생친구 어린이보험(가칭)’ 등 상생금융 상품과 함께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는 “결혼 및 출산, 자립 기반 구축 등을 걱정하는 2030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했다”면서 “청년들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디딤돌 역할을 하는 목돈 마련 저축성 보험을 개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화생명이 출시 예정인 보험상품이 ‘따뜻한 금융’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라면서 “녹록치 않은 대내외 환경에서도 여승주 대표와 한화생명 임직원이 청년과 취약계층 등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화생명의 상생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계속해서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보험업권 상생금융 1호 ‘20~30대 확정금리형 보험’

이날 여승주 한화생명이 직접 출시 계획을 발표한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은 보험업권 상생금융 1호 금융 상품이 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과 결혼·출산을 앞둔 부부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 지원에 초점을 뒀다.

가입 대상은 가구소득 중위 200% 이하인 만 20~39세까지로, 은행의 ‘청년도약계좌’보다 가입 대상을 확대한 게 특징이다. 기본 보장금리는 5년간 5%로, 보험 기간 내 결혼·출산 시 납입금액의 일정률을 보너스로 지급해,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는 콘셉트로 설계됐다.

한화생명이 13일 발표한 상생금융 1호 상품 '2030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보험 상품' 특징. /한화생명

또 가입 1개월 경과 후부터는 원금이 보장(환급률 100% 이상)되도록 상품을 구성했다. 추가 납입·납입 유예를 탑재해, 납입 중 여유 자금이 생기면 매월 월 보험료의 50% 범위에서 추가 납입이 가능해 더 많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계약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땐 납입유예를 이용해 해약을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생명 측은 “은행권 ‘청년도약계좌’가 가진 장점에 보험사만의 강점을 더해 고객이 최대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구성한 상생 상품”이라면서 “상품 개발 과정을 거쳐 1~2개월 이내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금감원은 상생협력 금융 신상품 우수 사례 중 하나로 한화생명의 ‘상생친구 어린이보험’을 선정한 바 있다. 이는 사회 취약계층 가정의 자녀가 월 1만원대의 합리적인 보험료로 각종 질병에 대비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보장으로 구성해 사업비를 최소화 해 만든 상품이다.

한화생명은 이날 취약계층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상생친구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월드비전, 한국사회복지관협회 등 협력기관과 함께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의 자립 지원, ▲저소득층(한부모가정 등) 청소년 금융교육 제공, ▲문화소외계층 아동 문화체험 지원, ▲보호시설 아동∙청소년 건강증진 프로그램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상생 금융 및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상생친구 협약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어려운 시기일수록 상생 고민해야”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권 전반의 상생금융 참여 확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보험산업 발전의 역사는 국민과 함께 해 온 상생 발전의 기록이었고, 그 결과 국내 보험산업이 세계 7위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라면서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보호망으로서 보험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은 국민과 국가 경제와 떨어져 나홀로 성장할 수 없기에 어려운 시기일수록 금융사들은 상생하고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이 좋은 상생 금융상품 개발과 취약계층 지원, 국민‧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 노력 등을 통해 국가 경제를 뒷받침한다면, 미래에 더 큰 발전의 과실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금감원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제도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사들은 상생 금융 방안을 줄이어 내놓고 있다. 앞서 이 원장이 4대 금융지주를 방문했고, 이에 맞춰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이 대출금리 인하 등 8000억원의 규모의 금융 지원 보따리를 풀었다. 은행에 이어 우리카드, 현대카드 등 카드사들도 금융 취약 대출자 대상 연체 채권 감면 비율 확대, 대출금리 인하 등을 담은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원장은 이날 행사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상생금융 노력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은행 등과는 달리 비은행, 캐피탈, 보험, 증권 등은 상품 및 건전성 관리, 운영 특성 상 상생금융 방안을 모색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라면서 “결코 (상생금융 상품 출시 등) 여력이 없거나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 상 적절치 않은 회사에 (상생금융을) 강권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상생금융을 위해 노력해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한화생명과 금융감독원은 약 2억원의 공동 후원금을 월드비전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