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행한 가상화폐인 일명 ‘김치 코인’이 시세 조종에 더욱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김치 코인 중 10개 중 9개 이상이 가격이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변동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9일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한국 가상자산 시장과 펌프앤덤프 현상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시세조종 및 불공정거래 양상이 자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 연구위원은 자주 발견되는 시세조종의 특징으로는 ‘펌프앤덤프(Pump and Dump)’를 꼽았다. 펌프앤덤프란 텔레그램이나 SNS를 통해 코인을 홍보하거나 물량을 대량으로 구매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상승시킨 후, 이를 갑작스럽게 매도하는 방식을 뜻한다.
미국 가상자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2년에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상장된 후 10회 이상 거래된 신규 코인 중 상장 후 첫 번째 주에 90% 이상 가격이 급락한 토큰이 약 24% 정도로 집계됐다. 따라서 미국 규제 당국인 상품거래위원회(CFTC)는 펌프앤덤프 방식의 시세 조종을 조심할 것을 권고함과 동시에 여러 알트코인을 뉴욕 법원에 기소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특히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펌프앤덤프와 같은 시세 조종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은 전체 상장된 코인 중 일부 거래소에만 상장된 코인의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비교적 규모가 작아 적은 금액으로도 쉽게 가격이 변하는 ‘김치코인’도 많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상장된 코인의 수는 총 625개며 이중 62%는 하나의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 상장 코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단독 상장 코인 중, 국내에서 발행된 김치 코인이 절반(223종)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 연구위원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단독 상장 코인의 비중이 높고 거래되는 알트코인의 시가총액도 작아 시세조종에 취약할 수 있다”며 “또한 국내 시장은 SNS를 통해 투자자들의 심리를 조작하기 용이한데다, 입법 미비로 인해 불공정거래를 규율하기 어렵다는 특징도 지닌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