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정부 기관이 7월 중 협의회를 열고,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하 특별법 개정안) 국회 처리를 위해 힘을 모은다. 특별법 개정안에는 보험사기죄로 처벌받은 보험업무 종사자, 의료기관, 자동차정비업체 등의 명단을 공표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중 복지부, 경찰청, 금융감독원, 건강보험공단, 보험연구원 등과 함께 올해 첫 보험조사협의회를 개최한다. 협의회는 보험업법에 근거해 보험사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범정부 협의체다. 협의회는 이번 회의에서 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법은 2016년 제정된 이후 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이 없다.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에 17개의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모두 보험사기에 대한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지만, 논의는 답보 상태다.
개정안마다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핵심은 보험사기죄로 처벌받은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무 종사자, 의료기관, 자동차정비업체 등의 명단을 공표하고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 보험사기 유죄 확정시 보험금 반환을 의무화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관계 기관에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등 이해 당사자들이 가중 처벌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보험사기 규모는 매해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818억원으로 전년(9434억) 대비 14.7% 증가했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18년 7982억원, 2019년 8810억원, 2020년 8986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적발 인원도 10만명을 넘었다.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은 1050만원으로 고액화되는 추세다. 이 중 손해보험사의 장기보험(실손·정액보상형)이 5178억원, 생명보험사의 (정액보상형) 부문이 580억원을 차지해 전체의 53.3%를 차지했다.
보험사기로 발생한 피해금액은 일반 가입자들의 보험료에 전가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 등으로부터 지난해 손해보험사의 지급 보험금과 보험사기 발생률 등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특별법이 개정되면 약 6000억원 가량의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보험사기 액수가 10% 감소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보험사기로 일반 보험 가입자들이 6000억원 가량의 보험료를 더 내고 있다는 의미다.
윤창현 의원은 “보험사기는 가담자의 신체를 손상하거나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와 결부된 민생 침해 범죄의 전형인 만큼 특별법과 같은 특단의 대책으로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