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식 초록뱀 회장이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씨의 '돈줄' 역할을 하며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구속됐다. 그가 수사 선상에 오른 이후 비덴트,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 빗썸의 재배구조 연결고리에 오른 회사들이 잇따라 부실한 실체를 드러냈다. /그래픽=손민균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비덴트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가 자금을 댄 빗썸 관계사들의 부실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빗썸의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여러 회사가 이미 주식 시장에서 거래 중단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중간 지배사인 버킷스튜디오는 최근 주요 사업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버킷스튜디오는 지난달 30일 유통 사업 부문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중단 결정이 내려진 사업은 라이브커머스와 오픈마켓, 자사몰 운영 등으로 버킷스튜디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버킷스튜디오 관계자는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에 대한 대책을 찾아봤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는 상황이 지속돼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버킷스튜디오는 빗썸코리아 지배구조의 상단에 있는 회사다. 빗썸코리아를 지배하는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코스닥 시장 상장사인 비덴트다. 비덴트는 인바이오젠이, 인바이오젠은 버킷스튜디오가, 버킷스튜디오는 이니셜1호투자조합이 각각 지배하고 있다.

버킷스튜디오와 이니셜, 인바이오젠의 대표이사인 강지연씨는 지금껏 빗썸의 실소유주로 지목돼 온 강종현씨의 여동생이다. 강종현씨에게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빗썸의 소유권까지 취득하도록 도운 인물이 바로 원영식 회장이다.

버킷스튜디오가 유통 사업 중단을 공시하기 전날인 지난달 29일 원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원 회장이 강종현씨를 앞세워 빗썸을 활용한 관계사들의 주가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 회장이 과거 코스닥 시장에서 무자본 인수합병(M&A)과 주가 조작 논란을 겪은 점, 강씨가 과거 휴대전화 판매업 외에는 별다른 이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빗썸 관계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인물이 바로 원 회장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버킷스튜디오가 원 회장의 구속 직후 유통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도 실질적 ‘선장’ 노릇을 해 온 그의 부재에 사업을 지속할 만한 여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사업가 강종현씨가 지난 2월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사업 중단을 결정한 버킷스튜디오를 포함, 빗썸의 지배사들이 최근 갖은 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원 회장이 검찰 수사의 타깃이 됐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현재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은 모두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거절 통보를 받았고, 현재 증시에서 거래정지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버킷스튜디오의 경우 지난 3월 경영진의 법률 위반 혐의로 매매가 중단된 데 이어 잇따른 공시 번복으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졌다. 비덴트는 현재 상폐 수순을 밟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강지연씨는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 이니셜 등의 경영을 직접 책임지기 어려운 원 회장의 ‘얼굴마담’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원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수사선상에 오른 후 빗썸 관계사들 역시 관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올해 들어 차례로 부실한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원 회장 외에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빗썸 역시 경영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구속 중인 강종현씨는 검찰 수사에서 “특정 코인의 상장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받은 돈 50억원을 이 대표 측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이 대표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그를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