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시중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송기영 기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대응을 위해 카드나 통장 없이 계좌번호만으로 입금할 수 있는 한도를 현행 1회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축소한다.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가 없는 현금자동인출기(ATM) 거래 한도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이런 내용의 보이스피싱 대책을 순차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무통장 거래는 카드 또는 통장 없이 주민등록번호 입력만으로 ATM에서 현금을 계좌에 입금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대책이 시행되면 무통장 거래는 송금인과 수취인 모두 1회 50만원까지 입금하거나 받을 수 있다. 같은 사람이 돈을 주고받을 경우에도 적용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제도를 적용했으며, 하나은행은 오는 29일, 우리은행은 다음달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BNK경남은행은 지난 2월 은행권 중 가장 빨리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무통장 거래의 경우 실명(實名) 확인 절차 없이 돈을 입금 또는 송금할 수 있는데, 이 서비스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피해자로부터 빼돌린 돈을 자신 명의의 계좌로 무통장 입금한 뒤, 이를 중국 등 해외에 있는 내 공범들에게 소액 분산해 이체하는 수법을 자주 사용한다. 은행들이 하루 입금 한도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2013년부터 무통장 입금 한도를 1회 100만원으로 제한하자 여러 사람 명의로 돈을 입금하는 '쪼개기 송금' 수법도 등장했다.

쪼개기 송금 수법을 막기 위해 1일 무통장입금 수취 한도도 300만원으로 제한한다. 무통장 입금 수취 하루 최대 한도인 300만원을 채우려면 50만원씩 6번을 입금해야 한다. 카드·통장 등을 활용한 ATM 거래와 비대면 거래, 창구거래 등은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피해규모는 2020년 2353억원에서 2021년 1682억원, 지난해 1451억원으로 최근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금이 많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은 또한 다음달 16일까지 보이스피싱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이건 사기다, 나는 사이다!' 이벤트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