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이력이 있는 저신용자에게도 자금을 빌려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대출의 대위변제율(채무자가 3개월 이상 빚을 못 갚아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이 출시 9개월 만에 2.1%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2명은 대출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줬다는 의미다.

그래픽=정서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공급실적 및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은 작년 12월 0.01%에서 올해 1월 0.2%, 4월 1.5%, 5월 2.1%로 급격히 올랐다.

대출을 받자마자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는 것인데, 매월 공급 건수와 공급액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위변제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공급건수는 작년 9월 3619건에서 올해 4월 1만3403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공급액은 역시 115억3000만원에서 312억원으로 올랐다.

작년 9월 출시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신용점수 하위 10% 이하이면서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인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000만원 이내까지 대출해 주는 정책 서민금융상품이다. 과거 연체 이력이 없을 경우에만 이용 가능한 햇살론과 달리 연체 이력이 있어도 대출이 가능하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출시 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9~12월 동안 공급 목표액은 600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1002억원이 공급됐다. 예상보다 수요자가 몰리자 금융위원회는 올해 당초 1400억원으로 계획했던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을 2800억원까지 2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올해 5월까지 공급된 금액은 총 1208억5000만원으로, 공급 목표액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취급 금융사가 늘면서 공급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대출이 가능한 곳은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웰컴저축은행으로 3곳에 불과한데, 오는 9월부터 우리금융·하나·신한·IBK·BNK·KB저축은행 등 6곳이 차례로 합류할 계획이다. 광주·전북은행은 이달 들어 9일 만에 한도가 소진되자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두 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한달 취급 한도를 70억원으로 각각 설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가능한 금융사가 늘면 공급액도 더 커질 것"이라며 "연체율과 함께 대위변제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정부가 저리로 돈을 빌려주고 너무 쉽게 갚아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금융 공급을 제한하기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자금 상환 계획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신용자를 위한 정부 지원은 꼭 필요하다.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려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라며 "그렇지만 무작정 모두에게 대출을 내줄 수는 없는 것이고, 대출 심사 과정에서 좀 더 꼼꼼히 살펴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연체율을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