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KB금융그룹 제공

KB금융(105560)지주가 8월 말 차기 회장의 윤곽이 드러나는 최종 후보군(숏리스트·Short List) 발표를 앞두고 주주, 직원, 노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의견 청취 작업에 돌입했다. 이사회의 숏리스트 선정 전 회장 후보군에 대한 평판 검증 과정을 통해 회장 후보 추천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이사회는 평판 검증 결과를 반영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압축할 예정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최근 KB금융 노조협의회와 차기 회장 선임 관련해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KB금융 노조협의회는 KB금융 계열사 노동조합 연합체다. KB금융 내부 관계자는 "회장 선임과 관련해 이사회와 노조 협의회가 최근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을 위한 이번 면담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작업의 일환이다. KB금융은 회장 후보 추천 절차의 공정성을 위해 노조를 포함해 주주,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이해관계자에게 차기 회장 후보의 성과와 평판을 청취해 자체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에서 확인하지 못했던 후보군의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이 작업은 통상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KB금융 제공)

이 작업은 롱리스트(Long List·1차 후보군)에 속한 회장 후보군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이 결정된 지난 2020년에도 KB금융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롱리스트에는 윤 회장을 포함해 허인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양종희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KB금융의 자본시장부과 기업투자금융(CIB)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등도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내부 후보군으로는 부회장을 포함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3인의 부회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력한 후보군(숏리스트)은 부회장 2~3명으로 압축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는 허 부회장이다. 허 부회장은 윤 회장이 겸직하던 국민은행장을 물려받은 인물로, 현재 글로벌·보험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이 부회장은 '전략통'으로,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통합추진단장을 맡는 등 인수합병(M&A) 분야에 강점이 있다. 현재 디지털·정보기술(IT) 부문 부문장을 담당하고 있다. 개인고객·자산관리(WM)·중소상공인(SME) 부문장인 양 부회장은 KB손해보험 초대 사장으로 보험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하는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국민카드 대표. /KB금융 제공)

계열사 대표 중 유일하게 금융지주의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는 박 사장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박 사장은 사모펀드 부실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제재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 결정을 받았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금융권 취업이 제한돼 회장이 되더라도 직을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KB금융은 8월 초 회장 선임과 관련한 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8월 말에는 숏리스트를 발표하고 9월쯤 최종 후보군 인터뷰를 통한 심층평가를 거쳐 차기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KB금융의 자체 CEO 승계 프로그램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윤 회장은 부임 이후 "시스템으로 승계 프로그램이 돌아가도록 만들라"라고 지시하며 KB금융은 프로그램을 개선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B금융은 승계 프로그램이 워낙 잘 돼 있어서 손 댈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