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 본점 전경./수협중앙회 제공

수협중앙회가 불법자금 세탁을 예방하고 적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자금세탁방지(AML)'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금융당국 검사에서 드러났다. 2명의 직원이 전체 91개 조합의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조합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업무 감사 기준도 명확하지 않게 이뤄졌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수협중앙회의 '자금세탁방지 업무의 관리·감독' 업무가 미비하다고 판단, 이를 시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FIU는 올 초 수협중앙회의 조합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감사 규정이 미비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FIU는 수협중앙회가 조합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감사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대한 보존기간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이를 개선하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세탁방지는 불법자금의 세탁을 적발 및 예방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로, 사법제도·금융제도·국제협력을 연계하는 종합 관리시스템을 뜻한다. 특정금융거래보고법 및 범죄수익규제법 등에 기반해 금융사들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안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수협중앙회에 조합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업무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개선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협중앙회는 자금세탁방지 검사 업무의 실효성에 대한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다. 수협중앙회는 2019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전체 조합을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관련 검사를 162회 실시했지만, 이 가운데 전문 검사는 단 4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세탁방지 관련 지적사항에 대해서도 적정한 기준 없이 대부분을 현지 조치했다.

조선비즈 DB

수협중앙회는 자금세탁방지 업무전담부서의 인력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검사 당시인 작년 11월 말 기준 직원 1명이 중앙회와 조합의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수행했다. 직원 1명이 91개에 달하는 조합에서 일어나는 불법자금의 세탁 위험을 감시하는 셈이었다. 수협중앙회는 금감원의 지적에 따라 담당 직원을 1명 더 늘렸지만, 전체 조합을 2명이 감시·관리하는 꼴이라 자금세탁방지의 빈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수협중앙회가 고객확인 업무의 운영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객확인 업무는 자금세탁방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수협중앙회는 위험평가모형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고객정보의 변경사항 반영 주기가 길어 고객위험평가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수협중앙회의 고위험고객 비중이 0.48%에 불과해 동종업계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 고객확인 재이행 주기가 도래한 고객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구체적인 사유나 이행시기를 정하고 있지 않아 재이행주기가 경과한 고객에 대한 고객확인 이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수협중앙회는 의심거래 추출기준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고, 추출기준 유효성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도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의심거래 추출건에 대해 FIU 보고 여부를 검토하면서 자금세탁 가능성 등에 대한 구체적 검토 없이 보고제외 사유를 형식적으로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제외 사유는 정상적인 대출거래 등으로 기재했지만, 내부적으로 보고제외 사유에 대한 적정성을 점검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잇단 지적을 받은 수협중앙회는 자금세탁방지 업무 개선에 착수했다. 자금세탁방지 담당 인력을 확대하고 감사위원회를 통한 관련 규정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금감원의 지적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인력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는데, 증원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자금세탁방지 관련 자료 보존기간 등에 대해 규정하라는 FIU로부터 지시를 받고 현재 의견 조회를 실시하고 있으며, 감사 규정을 바꾸는 감사위원회를 통과하게 되면 관련 규정 개선이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