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일 서울시내 저축은행에서 정기예금 금리를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회사 파산 시 예금자의 예금을 5000만원까지 보호해주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가 올해 하반기 본격화된다. 금융자산 증가 등의 환경 변화에도 예금자보호한도 자체가 23년째 5000만원에 머물고 있어 근본적으로 예금자보호한도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연금저축, 사고보험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대해 별도로 예금자보호한도를 적용하기로 하며 예금자보호 제도의 빈틈을 막으려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 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보호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예금자보호한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전요섭 금융위 구조정책개선관은 지난 23일 연금저축·사고보험금 등에 대한 별도 예금보호한도 적용 관련 백브리핑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는 하반기에 할 예정이다”라며 “국회에 11개 법안이 상정돼 있으며, 국회에서 요구한대로 8월 말 이후에 예보제도 개선과 관련한 TF논의 결과를 보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금보험료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예금자보호한도는금융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을 때 예보가 금융사 대신 지급해주는 예금의 최대 한도다. 금융회사별로 1인당 5000만원을 적용 중이다. 현재의 보호한도는 지난 2001년부터 적용됐다.

예금보험공사 사옥 전경./예금보험공사 제공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는 금융자산 비중 확대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예보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그러던 중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대규모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 우려가 나오며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는 더욱 활발해졌다.

금융위와 예보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예금보험제도 개선 연구용역 중간보고’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예금보호한도 상향과 관련해 ▲현행 유지 ▲1억원까지 단계적 한도 상향 ▲일부 예금 별도 한도적용 방안을 비교하고 있다. 단, 한 번에 예금보호한도를 상향하는 방안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소비자와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금융자산 비중 증가 등을 고려할 때 보호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이 제도의 근본 목적이 뱅크런 차단인 점을 고려해 한도 상향 등 적정 보호한도를 검토해야 하며, 고령화에 따른 금융소비자 자산구성 변화를 고려한 보호한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예금보험료 부담 증가로 다가오는 금융권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은 “현행 보호한도로 예금자의 98%를 보호할 수 있어 보호한도 상향의 실익이 없다”며 “금융투자업권의 경우 예탁금 별도예치 제도가 있어 한도 상향으로 인한 투자자 편익 증가가 크지 않고, 오히려 요율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픽=손민균

금융 당국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와 함께 예금자보호한도를 별도로 적용하는 상품을 확대했다. 기존에 보유한 일반 예금과 별도로 연금저축, 사고보험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대해서도 별도로 5000만원까지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 입법예고 실시했다.

전 구조개선정책관은 “국민들이 더욱 안전하게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연금저축에 대해서는 일반 예금과 별도로 보호한도를 적용해 예금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라며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와) 별개로 추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예금자는 기존 예금과 별도로 해당 상품에 대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모씨가 A은행에 보호대상 ▲은행상품 5000만원 ▲연금저축신탁 5000만원 ▲중소퇴직기금 5000만원을 모두 보유하고 있을 때 A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예금보험공사는 이 상품들을 각각 예금보호해 총 1억500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는 식이다. 현행 시행령상으로는 A씨는 세 가지 상품을 합해 최대 5000만원까지만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