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돌풍에 힘입어 현대카드가 KB국민카드를 제치고 회원 수 기준 3위로 올라섰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덕에 실적을 개선하면서 다른 카드사 역시 애플페이 도입에 열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대카드 전체 회원 수는 5월 말 기준 1173만4000명을 기록했다. 신한카드(1429만6000명)와 삼성카드(1272만8000명)에 3위다. KB국민카드는 1172만6000명을 기록하며 4위로 뒤처졌다.
올해 누적된 개인 일시불 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현대카드는 2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 현대카드의 개인 일시불 카드 누적 금액은 37조791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카드보다 높은 금액을 기록한 곳은 신한카드(40조6363억원)가 유일하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의 경우, 35조8716억원과 32조804억원으로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현대카드가 약진하는 이유로 카드업계에서는 애플페이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카드의 실적은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지난 3월 21일 이후 한 달간 신규 발급된 카드는 약 35만5000장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만8000장 늘었는데, 이용 금액은 오히려 줄었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직후 4월 한 달간 개인 일시불 카드 이용 금액은 7조6293억원으로 집계되며 도입 전인 3월의 이용 실적(7조7764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1000억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 3월의 경우 카드 이용 실적이 더딘 기간이다"라며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도 편의점 등 소액 결제처가 대부분이라 실적이 크게 호전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현대카드가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사업에 열을 올린 것도 이번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PLCC란 카드사와 특정 브랜드가 협업해 자체적으로 가격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 이전부터 여러 브랜드와 제휴 관계를 맺었는데, 해당 브랜드들이 애플페이 연동에 나서면서 이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난 것으로 카드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카드가 전체 고객 수 3위로 올라서는 등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자 카드업계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현재 카드업계는 금리가 오르며 여전채 조달 비용 등이 크게 발생하는 등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데, 애플페이가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전체 카드사 합산 순익은 572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7569억원)보다 2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달 초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이 애플페이 도입에 나선다는 소문이 돌긴 했으나 구체적으로 밝힌 곳은 없는 상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돌풍을 일으키는 점은 수익 감소에 골머리를 앓던 카드업계엔 희소식이다"라며 "애플이 비밀 유지를 최우선으로 여겨 크게 소문내는 카드사는 없겠지만 다들 도입을 위해 물밑작업에 나서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