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그동안 연쇄 파산 등의 우려로 막혀 있던 저축은행 간 기업합병(M&A)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지방 저축은행은 수익성 악화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고 대형 저축은행도 상황이 좋지 않아 실제 M&A가 성사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저축은행은 경영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교적 건실한 5대 대형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대부분 실적이 악화하는 등 고금리 기조에 따른 부작용을 겪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체 79개 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5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5000억원 정도 순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상위 10위권 저축은행으로 범위를 넓혀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KB) 가운데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OK저축은행이 유일하다. OK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37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9억원 증가해 선방했지만, 나머지 저축은행은 그렇지 못하다. 저축은행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10대 저축은행이 올해 1분기 기록한 총순익은 92억원정도로 전년 동기(2305억원) 대비 96% 감소했다.

그래픽=손민균

세부적으로 봐도 지표는 좋지 않다.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3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64억원 줄었다. 가장 큰 손실폭을 기록한 곳은 페퍼저축은행으로 올해 1분기 2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50% 감소했다. 이 외에도 애큐온저축은행(203억원 손실), 상상인저축은행(175억원 손실), 다올저축은행(29억원 손실)도 경영 악화로 적자 전환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대출 연체율 또한 높아지는 점도 불안 요소다. 올해 1분기 전체 79개 저축은행 연체율은 5.07%를 기록해 전년 동기(2.59%) 대비 2.48%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2011년 여러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 처분 등을 받으며 무너졌던 '저축은행 사태'때 연체율 20%를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땐 낮은 편이나, 최근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 M&A는 올해 자발적으로 일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업권 간 M&A를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 저축은행이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업계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섣불리 인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와 같은 자산 규모가 큰 업체가 아닌 이상 대다수 저축은행은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시장이 악화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금융 당국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 자발적으로 나서는 대형 저축은행은 드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