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캐피탈(할부금융·리스)사 28곳의 부실채권이 1년 새 5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은 금융사에서 돈을 빌렸다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갚지 못한 '고정이하여신'을 의미한다.
22일 한국기업평가와 각 캐피탈사의 올해 1분기 보고서 등에 따르면, 28개 캐피탈사의 지난 3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잔액 합계 규모는 총 3조1545억원으로, 1년 전(2조995억원)보다 약 5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성 자산을 의미하는 '요주의이하여신'은 지난해 3월 5조6744억원에서 올해 3월 8조6981억원으로, 1년 만에 3조237억원(53.3%) 늘었다.
캐피탈사 28곳은 ▲현대캐피탈 ▲KB캐피탈 ▲현대커머셜 ▲하나캐피탈 ▲신한캐피탈 ▲롯데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애큐온캐피탈 ▲DGB캐피탈 ▲롯데오토리스 ▲N캐피탈 ▲한국캐피탈 ▲OK캐피탈 ▲키움캐피탈 ▲농심캐피탈 ▲에이캐피탈 ▲DB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무림캐피탈 ▲웰컴캐피탈▲도이치파이낸셜 등이다.
캐피탈업계의 여신 건전성 지표가 1년 전보다 저하한 것이다. 28개 캐피탈사의 올해 3월 말 기준 대출채권 자산은 총 97조6994억원 규모다. 대출채권의 한 축인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지난해 3월 말 13조9359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2조9934억원으로 줄었으나, 또 다른 축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규모는 지난해 3월 말 19조903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21조6736억원으로 8.9% 늘었다. 2019년 말 28곳의 부동산 PF대출 몸집은 8조9189억원이었는데, 매년 늘어 20조원대로 커진 것이다.
캐피탈사들은 부동산 시장 활황 속 부동산 대출을 키워왔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앞서 돈을 빌렸던 시행사 및 건설 사업장의 사업이 지체되거나 자금이 제때 순환하지 못할 경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PF대출 부실 위험 우려를 거듭 제기해 왔다.
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금융의 부실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자산건전성지표와 이익창출능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브릿지론이란 개발사업 초기 시행사가 토지비용이나 기타 인허가 관련 자금을 단기로 융통하는 대출이다.
다만, 캐피탈업계는 자산건전성이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어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캐피탈사를 계열사로 둔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강화했고, 보수적인 충당금 정책과 대출채권 자산 중 저위험 자동차금융 비중이 큰 구조로 재무 건전성은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도 최악의 시기는 넘겼다는 판단에서 PF대출발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3월 말 기준 캐피탈사 28곳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 평균값은 109.6%로, 기준선인 100을 웃돌고 있긴 하다. 이는 부실채권(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하지만 부실채권 및 PF대출의 급격한 증가는 국내 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임은 분명하다. 부실채권 증가는 금융 시장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늘었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금리 변동성과 부동산 등 시장 경기에 따라 올해 캐피탈사의 실적과 자산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편, 캐피탈사 28곳의 올해 1분기 순이익(대손준비금 미반영 기준)을 보면 전반적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현대캐피탈의 1분기 순이익(75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0.6% 줄었고, KB캐피탈(472억원)은 42.9%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캐피탈(264억원)은 55.1% 줄었고, IBK캐피탈(440억원)은 14%, 신한캐피탈(839억원) 15%, BNK캐피탈(319억원)은 41.3%씩 각각 감소했다. NH캐피탈(246억원)은 1년 전보다 9.5% 감소, 우리금융캐피탈(392억원)은 20.1%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