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들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흥국생명도 판매 전문 자회사를 설립했다. 영업력 강화·비용 절감 등을 위해 상품개발과 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제판분리 열풍은 식지 않는 모습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태광(023160)그룹의 금융계열사 흥국생명이 최근 1300여명으로 구성한 설계사 조직으로 구성한 GA 자회사 HK금융파트너스를 출범했다. 제판분리를 통해 본사는 보험상품 및 서비스 개발 등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HK금융파트너스가 상품 판매를 전담한다는 계획이다. HK금융파트너스의 본격적인 영업은 오는 7월 5일부터 시작한다.

GA는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운용되는 보험 대리점으로, 일명 '보험 백화점'으로도 불린다. GA 소속 설계사는 특정 보험사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생명보험 상품과 함께 손해보험 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

김상화 HK금융파트너스 대표(앞 줄 왼쪽에서 세 번째)와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앞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과 임직원들이 HK금융파트너스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흥국생명 제공

흥국생명에 앞서 100% 제판분리가 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잇달아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한화생명(088350)의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하고,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71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라이프랩·피플라이프 등 GA 3개 사를 보유하고 있다. 2만5000여명의 설계사 판매채널을 구축한 셈인데, 이는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맞먹는 규모다.

미래에셋생명(085620)의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역시 올해 1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억 증가한 27억원을, 영업이익은 66억 늘어난 19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2021년 3월 3500여명 규모로 출범했다.

이들뿐 아니라 동양생명(082640)이 '마이엔젤금융서비스'를, KB금융그룹에 속한 KB라이프생명은 'KB라이프파트너스' 등 자회사형 GA를 지난해 출범했다. 삼성생명(032830)도 지난해 6월 라이나금융서비스의 8개 조직을 흡수하고, 7월에는 중소형 GA인 다올프리에셋을 인수하면서 자회사 GA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의 덩치를 키웠다. AIA생명도 GA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손해보험업계에서도 이미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DB손해보험(005830) 등 주요 손보사들도 몇 년 전부터 자회사 GA를 설립했다.

일러스트=이은현

보험업계는 제판분리를 통해 상품개발과 자산운용에만 집중하고, 인건비 등 고정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면 영업 비중이 큰 보험업 특성상 전속 설계사 운용에 필요한 고정비 지출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판매 조직이 분리되면 인건비·관리비 등의 비용을 별도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GA를 설립하면 영업력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소속된 보험사의 상품만을 취급할 수 있는 전속설계사와 달리 GA는 생·손보사의 모든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각 보험사 전속 설계사를 일일이 만나 상담하는 것보다 GA 소속 설계사 한 명을 통해 다양한 보험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하고 선택하는 쪽이 편리하다는 평이다.

다만 일각에선 제판분리 과정에서 인력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판분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전속 설계사 채널보다 비전속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고, 보험시장의 고용 및 영업 환경이 악화해 이직·이탈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화금융서비스 역시 출범 직후보다 전속 설계사가 줄었고, 흥국생명도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처럼 대형 생보사에서 만든 GA 경우 설계사를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타사 소속 설계사들도 많이 넘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디지털 금융이 보편화된 만큼, GA 채널을 통한 영업 확대가 불가피하기에 제판분리 흐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