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산가 고객들의 인기 투자처는 단연 채권입니다. 특이한 점은 30~40대 자산가들의 세금 상담, 노후 대비 상담이 늘고 있다는 거예요. 젊은 부자들이 절세를 하면서 자산을 지키고, 노후에도 윤택하고 즐거운 삶을 이어가고자 매월 현금이 창출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관심이 커진 거죠."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지난 14일 조선비즈와 만난 윤동옥(사진) SC제일은행 도곡스위트지점 PB RM((Priority Banking Relationship Manager)부장의 얘기다. 윤 부장은 "지금은 채권 투자 전성시대다"라며 "개인마다 투자 성향이 다르지만, 불확실성이 큰 시장 상황 속 서울 강남구에 사는 30~40대 젊은 고소득자부터 은퇴를 앞둔 중장년 자산가들도 모두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채권' 자산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부자들의 큰 고민거리가 바로 '세금'이다. 윤 부장은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으로 3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들은 세금으로 나가는 돈도 상당하다 보니 투자를 할 때도 세금 부담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하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 종합소득세 기준 40~50% 구간의 자산가 중에 비과세·과세이연 상품으로 자산 수익 일부를 이연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종합소득세는 소득에 따라 8단계로 구분돼 있다. 연소득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는 38% 세율을, 3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4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42%, 10억원 초과는 45%의 세율을 적용한다.
고액 자산가들은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절세를 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게 그의 얘기다. 특히 고소득자들은 절세 수단으로 '연금보험상품'과 '채권'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윤 부장은 "요즘엔 30~40대도 절세와 노후 대비 수단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는 분위기가 생겼다"면서 개인 병원을 운영 중인 40대 의사 부부의 종신형 연금보험 상품 가입 및 채권 투자 사례를 소개했다. 다음은 윤 부장과 일문일답.
—보통 젊을 때 주식 같은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은퇴 시기가 다가올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라고 하지 않나. 한창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40대 의사 부부가 연금 상품에 가입한 이유는 뭔가.
"고소득자로, 종합소득세 등 세금 부담을 덜고자 하는 니즈가 크기 때문이다. 연금보험은 세제 혜택을 누리면서 동시에 자산 관리를 할 수 있는 수단이다. 대부분 금융 상품은 15.4%의 이자소득세가 과세된다. 반면 연금보험은 계약 기간 10년 이상, 납부 기간 5년 이상 등 일정 요건 충족 시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안정적인 노후를 일찍이 대비하고자 하는 심리도 물론 있다. 의사 부부는 종신형 연금보험을 통해 각각 65세 이후 매월 500만~1000만원을 수령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이를 반영한 선택지로 크게 4가지 방법이 제시됐다. 하나는 60세 연금 수령(개시) 기준으로 월 500만원을 받는다고 할 때 매월 2000만원을 5년간 내야 하는 조건이다. 또 다른 조건이 65세에 연금 수령을 개시하는 것으로, 월납액은 1500만원이 된다. 60세 기준보다는 월납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만약 7년간 납부하면 60세 개시 기준 월납액은 1500만원, 65세에 개시하면 월납액은 1200만원이 된다. 이는 현 금리 수준(3~3.5%)을 고려해 금리 3%로 가정해 산출한 추정값으로, 실제 보증 기간과 금리에 따라 지급액은 달라질 수 있다. 가입 시점 금리가 아닌 추후 연금 개시 시점 금리를 적용한다."
—월납액이 상당한데, 부담이 큰 것 아닌가.
"이들의 경제활동 수준상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고액 자산가 중에는 앞으로 발생할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종신보험 가입금액 한도까지 채워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연금보험은 노후를 위한 자금이기 때문에 가입금액 제한은 없고, 가입자가 금액과 수령 시기 등을 상황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피보험자의 사망 여부와 상관없이 정해진 일정한 기간 연금을 지급받는 확정형, 피보험자가 사망 시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종신형, 이자를 연금으로 지급하고, 피보험자 사망 시 상속인에게 연금적립액을 지급하는 상속형과 2개 수령 방식을 병행하는 혼합형 등 원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단 반드시 연금으로만 수령해야 하며, 연금 개시 후 중도 해지를 못하는 등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기 때문에 확실한 목표를 설정한 후 선택하는 편이 유리하다."
—연금보험 외 요즘 자산가들의 인기 투자처는.
"단연, '채권'이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가 어느 정도 멈춰가면서 채권 중에 가격 메리트가 있고 쿠폰, 즉 발행이자가 높은 채권들, 국채 및 투자적격채권 등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에 대한 투자 상담이 늘고 있다.
금리 하락 시 채권 가격 상승에 대한 매매차익이 비과세인 만큼 이를 활용해 절세하려는 자산가들이 많다. 채권을 투자해 얻는 수익은 크게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으로 나뉘는데, 15.4%의 이자소득세는 이자에 부과되고 매매차익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매매차익은 이자소득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도 아니다.
채권 보유 시 만기 수익률(YTM)이 연 5~8% 수준 이상의 우량 채권 및 채권형 상품이 있다 보니 주식 자산보다 채권 비중을 늘리려는 고객도 있다. 경기침체 우려 등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으니 굳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깔린 것이다."
—SC제일은행이 올해 자산가들에게 제시한 주요 투자 전략은 무엇인가.
"SC제일은행과 모기업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이 연초 제시한 올해 투자 테마가 'S.A.F.E'였다. ▲주식 대신 채권 비중 확대(Secure your yield)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 주식·채권에 관심(Allocate to long term value) ▲국공채와 현금, 금 등을 포트폴리오의 방어 수단으로 활용(Fortify against further surprises) ▲멀티에셋 인컴 전략과 대안투자 전략 활용한 투자 영역 확장(Expand beyond traditional)을 축약한 것이다.
핵심은 채권 비중 확보다. 채권은 금리 하락의 가장 큰 수혜를 누릴 수 있는 투자처다. 금리와 채권 가격 간 역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채권이 금리 하락의 가장 큰 수혜를 누릴 수 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과 부동산 대비 관심이 크다. 실제 채권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시장에 설정된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74억원의 자금이 이탈된 반면, 해외 채권형 펀드와 국내 채권형 펀드로 각 5805억원, 5조4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3월 이후 10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년 3개월 만에 처음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올해 하반기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투자처는.
"채권 자산 내에서도 선진국 국공채를 비롯한 우량 채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용 위기와 경기 침체 리스크 등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신용도가 높은 채권이 안정적일 수 있다. 금리가 하향 안정화한다면 주식 내에서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은 '성장주'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판단된다."
—많은 자산가를 상담했을 텐데, 부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부를 형성한 수단과 방식이 다르지만 자산을 관리하는 데 있어 유사한 특성이 있다. 대다수 자산가는 자산을 분산, 즉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투자 검토는 신중하게, 판단이 서면 신속하게 실행에 옮긴다. 투자 기간과 위험 대비 목표수익률이 분명하다. 높은 수익보다는 자산을 지키는 데 더 큰 비중을 둔다. 자금 목적이 분명해 시장 상황에 크게 흔들리기보다 일관적이고 꾸준히 투자한다. 단기 투자보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투자한다.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유행 공포로 주식과 채권 가격이 급락하며 불안 심리가 커져 있을 때, 법인과 개인 자금을 같이 운용하는 한 고객이 '지금 무엇을 사야겠느냐'하며 문의를 했다. 20년 넘게 투자하면서 늘 위기 속에 투자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고객은 이때 주식형 자산 비중을 과감하게 늘렸고, 지난해 매도하며 큰 차익을 실현했다. 자산가들이 은행 PB센터 자산관리 전문가를 찾는 것도 시장이 어려울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자산관리 원칙을 지키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내려는 주요 전략 중 하나다."
☞ 윤동옥 PB는
▲2010년 7월~ SC제일은행 입행 ▲2012년 7월~ SC제일은행 PB RM ▲KOREA TALENT ACCELERATOR·SC Priority Trusted Advisor 등 수상 ▲ 펀드투자권유자문인력▲파생상품투자권유자문인력▲생명보험, 손해보험, 제3보험, 변액보험 관련 자격증 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