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회장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산업은행 제공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무산을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배수의 진을 치고 기업결합 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열쇠를 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는 이르면 3분기 나올 예정이다.

강 회장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무산되는 경우에 대한 플랜B는 현재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며 "지금은 (양사의 합병) 무산 이후를 대비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가 기업결합을 하려면 경쟁당국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신고대상 13개국 중 10개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났고 미국, EU, 일본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강 회장은 "(양사의) 합병 논의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쉽게 '될 거다, 안 될 거다'라고 예측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라며 "다만, (미국, EU, 일본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안 해줄 거라면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 것 같지 않아서 판단이 참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어 강 회장은 "(기업결합 승인) 결과는 최소한 올해 3분기에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A321-NEO 항공기./대한항공 제공

그러면서 강 회장은 "미국과 EU 경쟁당국의 심사절차가 까다롭고 기업결합 과정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이 아시아나항공의 근본적인 생존과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기에 해외 경쟁당국 설득을 위한 대한한공의 적극적인 대응을 독려하는 한편, 정부부처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조속한 심사 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했다.

강 회장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슬롯을 추가로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문제는 슬롯 축소 자체가 아니라 슬롯 축소의 양이 어느 정도가 되느냐가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슬롯은 특정 공항을 특정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항공기 운항 권리를 뜻한다. 강 회장은 "슬롯 축소가 적게 일어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고 있다"라며 "다만, 항공사 합병 과정상에서 슬롯 축소는 항상 있는 것"이라고 했다.

HMM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가능하다는 게 강 회장의 생각이다. 산업은행은 HMM의 최대주주로 20.6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강 회장은 "HMM 인수를 통해 대한민국 해운 산업에 일조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그에 수반해 자금 동원 능력, 경영 능력이 있는 주체가 (HMM을) 인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게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영구채를 포함해 잔여 지분 처분 방식은 매각 과정에서 결정될 일이며 거래 당사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KDB생명보험 본사.

강 회장은 다섯 번째 매각에 도전하는 KDB생명 매각 가능성도 높게 봤다. 강 회장은 "KDB생명의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고, 몇몇 곳에서 관심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KDB생명 건은 7월경에 입찰 공고를 내고 결과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위해 지난 5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75% 무상감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결손금을 축소했다. 또한,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2160억원 전액을 매입함으로써 가용자본 관리도 용이하게 만들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의 자본확충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산업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시장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면서 영업자산이 급증하고, 한전의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올해 1분기 말 13.11%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권고하는 BIS 비율은 13%로, 산업은행은 권고치를 겨우 넘긴 상태다.

강 회장은 "각고의 노력으로 BIS 비율 13%를 넘기고 있는데 사실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볼까라는 우려 있는 게 사실이다"라며 "외부 변수에 취약한 재무구조라서 재무구조 안정화하려면 HMM 지분 매각이 중요하고, 배당 부분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강 회장은 "자체적으로 후순위채 7000억원을 더 마련해서 자본을 확충하려고 하고 수익성도 제고해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노력하고 있다"라며 "정부와도 현물출자 등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지만, 정부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3월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정민하 기자

강 회장은 산업은행의 노사 갈등의 원인인 부산 이전 이슈와 관련해서는 "(본점 이전 이후에도) 산업은행 본연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5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국토교통부의 이전대상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본점을 서울에 둔다'라는 내용의 산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강 회장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산은법이 개정돼야 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산업은행에는 '지방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정부에 제출해야 할 법적 의무가 부여됐다"라고 했다. 이어 강 회장은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지방이전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수도권과 동남권을 두 축으로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달성함과 동시에, 본점 이전 과정에서 산은 본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조직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그 역할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본점 이전에 대한 강 회장과 직원과의 간극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상반기 중 마무리될 '지방이전 시 산은의 역량 강화방안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노조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한편, 국회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지방이전 계획을 세심하게 수립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강 회장은 "직원들과 본점 이전 추진을 산업은행의 재도약 기회로 삼을까라는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만, 직원은 부산에 가지 않는다라는 약속을 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라며 "'부산 가지 않는다'라고 말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