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023년 상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영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KB금융 제공

KB금융지주가 중장기 경영 전략 수립에 나섰다. 3년마다 정기적으로 세우는 전략이지만, 지난 9년간 KB금융을 이끈 윤 회장이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통상 수장이 교체될 경우 조직의 비전, 전략 등도 함께 수정되기 마련인데,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뼈대를 세워 국내 리딩금융그룹으로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게 KB금융의 계획이다.

19일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이달부터 앞으로 3년간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며 "각 사업 부문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고 오는 11월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기업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중장기 경영 전략을 수립한다. 보통 3~5년 단위로 수정되는데, 주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수장이 바뀔 때마다 만들어지는 주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KB금융의 경우 윤 회장이 지난 2014년부터 9년간 연임하고 있어 일관성 있는 전략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적으로 중장기 전략의 주요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방향성을 알 수 있는 캐치프레이즈는 발표됐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의 중장기 전략 캐치프레이즈는 'R.E.N.E.W'였다. R.E.N.E.W는 ▲핵심경쟁력 강화(Reinforce the Core) ▲글로벌·비금융사업 영역 확장(Expansion of Global & New Biz) ▲KB스타뱅킹의 역할 확대(No.1 Platform) ▲차별화된 환경·사회·지배구조 리더십 확보(ESG Leadership) ▲최고의 인재양성 및 개방적·창의적 조직 구현(World class Talents & Culture) 등 5가지 전략 방향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딴 것이다.

KB금융은 큰 틀의 중장기 전략만 잘 세우면 수장이 교체돼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중장기 경영 전략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채택되는데 회장이 바뀌더라도 큰 틀에서의 방향성은 따라야 한다"며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KB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내부 인사 대부분이 윤 회장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던 만큼 외부 인사가 내려오지 않는 이상 전략이 대대적으로 수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KB금융은 이달 말 내·외부 회장 후보군이 포함된 롱리스트(Long-List)를 구성하는데, 여기에는 윤 회장을 비롯해 허인 부회장, 양종희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박정림 총괄부문장(KB증권 사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등이 포함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이 오랜 기간에 걸쳐 승계, 경영 전략과 관련해 지속 가능한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는데 이제 빛을 발하고 있다"며 "유독 외풍에 흔들렸던 KB금융이 변화에 유연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