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와 은행권이 마련한 청년도약계좌가 지난 15일 출시됐다. 청년도약계좌는 20~30대를 대상으로 최고 연 6%의 이자를 제공해 매월 70만원씩 5년간 적금하면 최대 5000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이다. 청년도약계좌 신청이 시작되는 이날 오전 9시에 맞춰 청년도약계좌 개설 신청을 해봤다. 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국민·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은행 등 11개 은행에서 이날 출생연도 끝자리 3, 8년생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상품 출시 첫 주인 15~21일은 가입 대상자가 몰릴 것을 우려해 요일별로 생년 끝자리 5부제가 실시됐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비대면 가입은 물론 각 은행 창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 앱을 통해 직접 청년도약계좌 개설 신청을 했는데, '신한 쏠(SOL)' 앱에서 '상품-예·적금-신한 청년도약계좌 상품' 순으로 화면을 눌렀다. 사전에 앱에서 본인인증을 마쳤기에 별도로 추가 인증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후 개인(신용)정보 수집·이용 제공 동의서를 확인한 후 전자서명을 받으면 모든 과정이 끝났다.
가입신청이 완료되면 '개인 및 가구원 소득심사를 포함해 가입신청 결과 안내까지 약 3주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3페이지 정도 되는 개인(신용)정보 수집·이용 제공 동의서와 한 페이지인 전자서명 상세 내용을 읽는 속도에 따라 빠르면 1분에서 늦어도 5분 남짓한 시간이 소요됐다.
출시 첫날 신청 시작 시각임에도 앱 먹통이나 서버 마비 현상은 없었다. 5대 시중은행 관계자 모두는 "시스템 불안정으로 문의 연락이 온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은행 창구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창구 직원은 "오전에 고객 두 명이 전화로 청년도약계좌 앱 가입 절차에 대해 문의했다"며 "인근에 대학교가 많아 신청자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조용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입자 대부분이 20~30대 청년들인 만큼 대부분 모바일 앱을 통해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청년희망적금 출시 첫날 당시 가입의 차질을 빚었던 모습과 상반된다. 청년희망적금 역시 가입자 폭주를 막기 위해 출시 첫 주간 5부제로 시행됐다. 하지만 일부 시중은행 앱은 서버 마비로 먹통이 돼 오후가 돼서야 정상화됐으며 아침 일찍 은행 창구를 방문한 고객들은 대기 줄이 길어 가입을 못 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과 중복 가입이 안 되는데 이미 지난해 청년희망적금 때 상당수 청년이 가입해 청년도약계좌 대상자 줄어든 영향도 있다"며 "또 정부와 금융위에서 관심 있게 보는 상품인 만큼 각 시중은행에서도 서버 구축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출시 첫날 흥행에 성공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오후 6시 30분 기준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자는 약 7만7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출시된 지 약 3시간 만인 낮 12시 기준으로 3만4000명이 몰렸고, 오후 3시에는 신청자가 5만7000명에 달하는 등 한 시간에 1만명꼴로 신청자가 증가했다. 앞서 금융위는 청년도약계좌 이용자를 300만명으로 전망했다.
은행권에서는 흥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편이고 정부 혜택도 있는 만큼 적금에 가입하려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가입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며 "특히 초기 신청 기간인 이달 23일까지는 가입자 신청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기대감 역시 높은 편이다. 시중은행 적금 금리보다 1.0%포인트 높은 고금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2030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나 재테크 카페를 보면 청년도약계좌의 소득 기준, 우대금리 요건 등에 대한 문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망원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문모(28)씨는 "3년간 연 4.5%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점이 매력적이다"라며 "장기적으로 목돈을 모으고 싶었는데, 청년도약계좌가 적절한 시기에 출시됐다"고 말했다.
반면 납입 한도와 기간, 우대금리 조건 등을 두고 아쉬움을 표하는 청년도 존재했다. 서울 중곡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8)씨는 "적은 월급에 40만원 정도도 적금에 붓기 부담스럽다"며 "또 앞으로 결혼하거나 집값이 급등하는 등 여러 변수가 있는데 5년 만기를 채워야 한다는 점이 선뜻 가입을 어렵게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 휘경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0)씨는 "1차 사전금리 공개 때보다 기본금리가 높아지고 우대금리 조건이 완화하긴 했지만 우대금리 요건이 여전히 까다로워 보인다"며 "기존에 가입한 적금을 깨고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할 이유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유재훈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지난 13일 사전 브리핑에서 "청년도약계좌 가입자의 계좌 유지 지원이라는 개념을 가입 후 1년 정도 유지한 사람으로 맞췄다"며 "1년 동안 돈을 부었는데 갑자기 돈 쓸 일이 생겼을 때 그 사람이 계좌를 해약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를 방지하기 위한 적금담보대출도 운영한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생활비가 필요하거나 예기치 못한 일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도록 해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적금담보대출의 가산금리는 0.6~1.3%로, 대출금리는 기본금리에 대출시점에 확정된 우대금리, 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