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고점을 찍고 완만하게 하락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최근 3개월간 최고치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서 금리도 동시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미국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하반기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시장금리도 함께 요동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곧 금리 연 3%대 주택담보대출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지난 14일 4.18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10일(4.292%)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 3월 20일 3%대로 떨어진 이후 줄곧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달 23일 4%대에 다시 진입한 뒤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채(AAA) 5년물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한다. 이달 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연 3%대까지 진입했으나, 은행채 금리가 4%를 넘어선 이상 연 3%대 금리 상품은 곧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전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3.94~5.76%로 나타났다. 10일 전인 지난 5일(연 3.88~5.67%)과 비교했을 때 상·하단이 각각 0.07%포인트, 0.09%포인트 올랐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5일(연 3.63~5.48%)과 비교해도 상·하단이 각각 0.31%포인트, 0.28%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발행 물량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 한 달간 은행채 발행 규모는 24조6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들어 은행채 발행 규모는 1월 9조9100억원, 2월 12조1100억원, 3월 10조600억원, 4월 14조2800억원으로 대부분 10조원 수준을 보였다. 그러다 5월에 24조원까지 늘어났다.
금융 당국이 지난 4월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를 만기 물량의 100%에서 125%로 완화한 데 따른 것이다. 채권시장에 은행채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은행들은 경쟁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4일(현지시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00~5.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연내 최대 두 차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시장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FOMC가 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 시장은 앞으로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며 “미국이 하반기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상 가능성이 커지며 이런 기조가 시장금리에 계속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FOMC가 금리를 한 차례 이상 더 올려야 금리 인상 종료 또는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금융 당국의 개입으로 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렸기 때문에 현재 더는 내릴 여력이 없다”며 “당분간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 기조를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