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현재 600억원대 고객 예치금 미상환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가 대표 교체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팍스는 이중훈 부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안을 이르면 다음 주 내로 가결하기로 했다. 현재 고팍스 대표는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이 맡고 있다.

1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레온 풍 대표 대신 이중훈 부대표를 선임하는 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레온 풍 대표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로, 바이낸스의 해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고팍스는 레온 풍 대표 선임안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한 상태나, 아직 수리가 되고 있지 않다.

보통 가상자산거래소의 등기임원 변경 신고서는 FIU가 열람한 후 45일 이내에 결론을 짓게 돼 있다. 그러나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신고가 수리되지 않는 것에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바이낸스 국내 진출 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점을 들었다. 현재 바이낸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 당국으로부터 미등록 증권 거래, 자금 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당한 상태다. 금융위는 바이낸스의 법적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 진출하게 될 경우, 혹시 있을 부작용에 대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훈 고팍스 부대표. /고팍스 제공

금융위가 신고 수리에 난색을 표하자 고팍스는 이번에 신임 대표 교체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이낸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임원이었던 이중훈 부대표를 신임 대표에 앉히겠다는 것이다. 이중훈 부대표는 1981년생으로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한 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후 그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학위를 취득하고 홍콩 골드만삭스 아시아본부 상무, 메리츠증권 파생본부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해 4월 고팍스에 합류했다.

고팍스가 대표 자리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는 것은 최대 주주 변경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팍스는 과거 ‘고파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일종의 가상자산 예·적금 상품을 운영해 왔으나, 지난해 FTX 파산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자 600억원에 달하는 고객 예치금이 묶였다. 고팍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겪자, 바이낸스는 예치금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신 고팍스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이중훈 부대표를 신규 대표 자리에 올리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고팍스가 신규 사업에 나서는 것이 아닌 기존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금융위가 바이낸스 진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이유가 현행법으로 금지된 가상자산 파생상품을 고팍스가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인데, 기존 임원을 신규 대표 자리에 선임한다는 점은 이전 고팍스 경영 철학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고팍스는 최대 주주가 바이낸스로 바뀌더라도 기존 경영 방식대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이러한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번 임원 교체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신임 대표 교체 관련해 내부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다만 세부내용은 절차에 따라 진행되면 다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