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이 7일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보험대리점협회 제공

통상적으로 금융감독원 출신 등이 가던 보험 유관 기관장에 3선을 지낸 전직 국회의원이 잇달아 선임되고 있다. 내부 인물보단 민간 보험사와 정부 사이에서 첨예하게 얽혀 있는 업권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3선 국회의원이자 국회 정무위원장 출신인 김용태 전(前) 국회의원이 최근 한국보험대리점(GA)협회 7대 회장직에 올랐다. 그동안 금감원 등 관 출신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던 협회장 자리에 국회의원 출신이 선출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달 3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은 앞으로 2년간 GA협회를 이끌게 된다.

김 회장은 1968년생으로 대전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서울 양천구에서 3선(18~20대)을 지냈다.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사무총장, 전반기 정무위원장을 역임했다. 김 회장은 자동차 대물담보 보험료율 등 보험 관련 법안을 발의한 경험이 다수 있다.

2014년 당시 정희수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보험업계 유관 기관장으로 3선 의원이 진입한 것은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민병두 보험연수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통상적으로 GA협회장을 비롯해 보험연수원장 등은 금감원 국장급 인사가 맡아 왔다. 최근 들어 유력 정치인들이 이들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GA협회장 선임 역시 금감원 전 국장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협회 회원사들이 김 회장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희수 회장 역시 경북 영천지역에서 17~19대 국회의원(한나라당 등)을 지냈고, 19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8년 12월부터 2년 동안 보험연수원장을 맡았고, 2020년 12월 생명보험협회장에 올랐다. 정희수 회장 후임에는 역시 3선 의원 출신인 민병두 원장이 선임됐다. 민 원장은 17·19·20대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을 지냈다. 20대 국회에선 김 회장 뒤를 이어 후반기 정무위원장을 맡았고, 2021년 1월 보험연수원장에 취임했다.

업권에선 이들 유력 정치인의 기관장 취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당국의 협조를 얻거나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이 뽑힐 당시 생보업계는 헬스케어 신사업 확장,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등 당국의 협조가 필요한 현안이 산적했다. 김 회장을 맞이한 GA업계도 그렇다. 최근 몸집이 커지면서 당국과 보험사들의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보다 더 힘이 센 회장을 원한 이유다.

2020년 국정감사 때 민병두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보험대리점협회는 기타 단체로 돼 있고 보험대리점은 수많은 업무적 한계와 감독규제 강화를 요구 받는 실정"이라며 "판매채널 측면에서의 소비자신뢰 개선방안으로 보험대리점채널과 관련한 자율규제는 향후 보험대리점협회가 수행할 수 있도록 보험협회의 대리점관련 위임업무와 모집질서 자율규제에 참여토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보험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 출신 수장이 기대만큼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정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주요 과제로 외치고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에도 14년째 진전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장, 특히 협회장은 업계의 현안을 당국과 국회·정부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대관 능력이 중요한 만큼 유력 정치인이 수장으로 오는 걸 꺼려할 이유가 없다"면서 "금감원 입장에선 GA협회장 자리마저도 정치권과 금융위 출신에 밀려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