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부실채권(NPL)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뿐 아니라 민간 NPL 전문 투자회사에도 팔 수 있게 됐다. 최근 실적 악화로 고심하던 저축은행이 NPL을 다양한 방법으로 매각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 연체채권 관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5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저축은행은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캠코에 부실채권을 판매해 왔다. 다만 저축은행이 채권을 팔 수 있는 기관은 캠코가 유일했기에 저축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로 채권을 헐값에 팔아왔다고 토로해 왔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가 극심한 적자를 겪는 올해 역시 캠코에 부실채권을 제값도 못 준 채 팔아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실제 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9년 만의 적자로 돌아서면서 극심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경우 1분기 순이익이 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9% 급감했다. 가장 감소폭이 큰 곳은 페퍼저축은행으로서 올해 1분기 25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웰컴과 한국투자저축은행 역시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81억원, 137억원을 기록해 각각 70%, 20.35% 줄었다.
5대 저축은행 외에도 자산이 1조원 이상 되는 대형 저축은행도 상황이 좋진 않다. 전체 32개 대형 저축은행 중 1분기 순이익을 거둔 곳은 13곳뿐이다. 특히 대형 저축은행 중 애큐온저축은행, HB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KB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등은 모두 100억원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실 이러한 실적 악화도 캠코에 부실채권을 팔아오며 감소 폭을 줄인 것"이라며 "실적 악화가 너무 두드러지게 보이면 부실 우려 등 여러 문제가 생길 것 같아 헐값에 채권을 넘겨온 저축은행이 많다"고 했다. 다만 캠코 측은 이 같은 주장에 "채권매입가격은 연체기간, 채권금액, 유사채권의 경험회수율 등을 고려하여 회계법인이 매입가격을 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저축은행이 캠코에 부실 채권을 팔아온 것은 높아지는 '연체율 관리' 목적도 있다. 저축은행의 연체 3개월 이상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급격하게 상승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체 3개월 이상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1.1%포인트 오른 5.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5.1%로 집계돼 지난 2016년(5.8%)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부실채권을 캠코뿐 아닌 유동화전문회사에 매각할 수 있도록 협약을 개정하며 저축은행업계도 숨이 트이게 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으로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는 NPL 전문 투자사에 개인 무담보 연체 채권을 매각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저축은행이 자산유동화 특수목적회사(SPC)에 연체채권을 판매하면 SPC는 이를 채권 투자자에게 되파는 방식이다.
협약이 개정됨에 따라 저축은행도 부실채권을 제값 주고 팔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캠코는 그동안 독점적인 지위로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부실채권을 사들여 왔는데, 민간 경쟁사가 생겨 그러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캠코에 파느니 차라리 부실채권을 갖고 있는 것을 택한 저축은행도 이제 선택지가 생기게 됐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업황 전망이 좋지 않아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는 저축은행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