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뉴스1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단이 모두 3%대로 내려왔다. 이는 약 1년 3개월 만이다. 이처럼 낮아진 금리에 부동산 거래까지 회복되면서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7개월 만에 증가했다. 약 2년간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 흐름이 멈춘 셈이다. 다만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너무 이른 ‘디레버리징 약화’가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3.91∼6.99% 수준이다. 약 20일 전(5월 12일·연 4.09∼6.82%)과 비교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18%포인트 떨어졌다. 대출금리 산출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0.120%p(3.56%→3.44%) 낮아졌으며 각 은행이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는 늘렸기 때문이다.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3.80∼6.67%)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3.92∼6.04%)의 하단도 모두 3%대에 머물고 있다. 시장(채권) 금리가 낮아지자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3%대로 내려왔고, 시장금리와 예금금리 하락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에 반영됐다. 이에 변동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최근 3%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3%대에 진입하자 가계대출 잔액이 상승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전월(677조4691억원) 대비 1431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늘어난 것은 2021년 12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09조6762억원으로 전월보다 6935억원 증가했다. 4개월 만에 반등했는데 부동산 경기 회복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5대 은행의 최근 추이로 미뤄 4월에 이어 5월에도 전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2개월 연속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4월 가계대출 역시 2022년 8월 이후 8개월 만에 2000억원 불었는데 역시 5월에도 증가세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내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다만 한은은 2020년 8월 이후 약 2년 동안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 기조를 이어온 만큼, 너무 이른 ‘디레버리징 약화’가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지난달 30일 “금융 불균형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영향 등으로 2022년 이후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조정되고 있지만, 2020년까지 장기간 큰 폭으로 누증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의 불균형이 해소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가격 수준은 여전히 소득 등과 괴리돼 고평가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주요국 장 가장 높은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디레버리징이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동산·가계부채 상황에 대해서는 “주택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는데, 단기적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에 따라 디레버리징 흐름이 약화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리스크를 키우고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정책 운용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