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대교 남단 일대 도로 전경. /뉴스1
"7월부터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이 신설돼 보장이 크게 줄어든다고요? 사실이 아닙니다." "사안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보험사를 다 확인해 봤어요. 모두 '당사는 아니다'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 회사가 신설한다고 하나요? 이 정보 출처가 어딘가요?"
금융감독원 관계자

최근 보험사가 판매하는 운전자보험의 보장이 7월부터 줄어든다는 소식이 돌면서, 보험시장은 물론 금융 당국 내부도 술렁였다. 운전자보험이란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 운전자벌금, 변호사 선임 비용 등 운전자의 형사적, 행정적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보험시장에서는 D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변호사 선임 비용 담보에 대해 자기 부담금을 최대 20%까지 추가할 예정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일부 언론 매체를 통해 같은 내용이 전해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민감하게 반응할 만한 대목인데, 이런 조치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의 주문에 따른 것이란 해설도 함께 붙었다.

1일 보험권에 따르면, 현재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 '금감원이 보험사에 운전자보험에도 자기부담금 20~30%를 도입하라고 했다', '경찰 조사 포함, 중상해 포함 변호사 선임 비용이 없는 예전 가입자들과 운전자 보험이 없는 사람은 5~6월 중으로 상담받는 게 좋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여럿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7월부터 형사 합의를 1억원에 했으면 2000만원을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지금 운전자 보험료 100년치를 내 돈으로 내라는 얘기다"라면서 "운전자보험 자기 부담이 생기기 전에 5~6월 중으로 상담받는 게 좋다"고 보험 가입을 독려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은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실제보다 부풀려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절판 마케팅'이 동원된 것으로 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식의 절판 마케팅은 금융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다"라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전자보험 상품 및 운용은 기업의 자율 사항이라 금융 당국이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다"라면서도 "누가, 어떤 의도로 당국을 끌어들였는지 모르겠으나, 감독 당국은 운전자보험에 대한 자기부담금 추가 신설 지정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7월 운전자보험 보장 축소설이 기정사실화되며 버젓이 보험 판매 영업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손해보험협회에서도 "운전자보험 개정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짤막한 보도참고자료를 내며 수습에 나섰다. 거론된 보험사들은 "우리 회사는 아니다", "올해 초 일부를 검토한 부분은 있으나 이후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을 취재해 보니, 2분기 실적 압박 속 '자기부담금 20~30% 신설'이 보험 판매 영업 마케팅 재료로 활용됐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자기부담금 신설 전 운전자보험을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는 식의 절판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언론과 유튜브, SNS를 통해 출처와 진위가 불분명한 정보가 사실인 양 퍼졌을 것이란 얘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신계약 실적이 저조했던 일부 손해보험사와 보험판매대리점(GA) 등이 2분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운전자보험 절판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함께 도입된 미래 수익성 평가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과 신계약CSM이 보험사엔 중요한 평가 척도가 됐다. 이 때문에 보험사마다 신계약CSM 성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일부 보험사들이 자기부담금 신설 등 공론화를 노리고 사전 작업을 한 것이란 얘기도 있긴 하나 이런 얘기도 논란 이후 떠도는 말 중 하나다. 현재까지 확인된 건 손해보험사 중에 7월부터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 20%를 적용하겠다고 공식화한 곳은 없으며 앞서 금융 당국이 이를 보험업계에 권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 금융 시장에서 허위·과장된 정보가 초래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품·서비스로 차별화 경쟁을 못하고 있는 보험사들이 차별화할 영업 마케팅 요소가 없다 보니 절판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불필요한 중도 해지와 보험 갈아타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 차이

자동차보험은 자동차 소유자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운전자보험은 차량의 소유 여부와는 관계 없이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입할 수 있는 임의보험이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 사고로 타인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케 했을 경우, 남의 재물에 대한 손해를 끼친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비용 등 민사상 상대방의 대인·대물 피해를 보상해 준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 운전자벌금, 변호사 선임 비용 등 운전자의 형사적, 행정적 비용을 보장한다. 1년 단위로 의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운전자보험은 3년 이상 장기로 가입한다. 운전자보험은 스쿨존 내 어린이 상해·사망 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민식이법')이 2020년 4월부터 시행된 이후 크게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