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4%대로 4개월 연속 동결됐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이 3%대 수준으로 떨어진 시중은행보다 낮아 금융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그렇지만 역마진 우려, 형평성 논란 등으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장기·고정금리·분할 상환 주택담보대출인 특례보금자리론의 6월 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금리 동결로 우대형은 연 4.05(10년)∼4.35%(50년), 일반형은 연 4.15(10년)∼ 4.45%(50년)의 금리가 적용된다. 저소득청년, 신혼가구, 사회적 배려층은 우대금리가 적용돼 최저 연 3.25(10년)∼3.55%(50년)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올해 1월 금융위원회와 주금공은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면서 금리를 일반형 4.25∼4.55%와 우대형 4.15∼4.45%로 책정했다. 애초 이보다 0.50%포인트 높은 수준이 예상됐지만, 정책금융 상품이라는 취지와 시장금리 인하 효과를 미리 반영해 금리를 낮춰 출시한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매월 시장금리, 재원상황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해 조정된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연 4%대인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밑돌고 있다. /조선비즈DB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4개월째 동결 상태다. 이와 달리 다른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낮아지고 있어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이날 기준 ▲변동형 연 3.94~6.87% ▲고정형 3.71~6.15%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최저 연 3.68%로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고, 케이뱅크는 최저 연 3.94%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례보금자리론 수요는 줄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 사흘 만에 신청금액이 7조원을 넘어섰고, 한 달 만에 17조4669억원(7만7000명)이 신청되며 올해 공급 목표인 39조6000억원의 44%에 해당하는 금액을 채웠다. 하지만 이후 3월 말엔 신청금액이 25조6000억원(11만3000명), 4월 말엔 30조9000억원(13만7079명)으로 늘어나는데 그치면서 신청 속도가 다소 느려진 모습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금리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보다 높아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을 전망이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주금공이 제시한 6월 금리 동결의 배경에서도 당분간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엿볼 수 있다.

일러스트=이은현

통상적으로 국고채 금리 상승은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금리를 끌어올린다. 주금공은 MBS 발행을 통해 특례보금자리론 재원을 마련하는데, 만약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MBS 발행 금리보다 낮아지면, 재원 조달 비용이 이자 수익보다 커지게 된다.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MBS 발행 가중 평균 금리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하단보다 높은 4.1~4.2%대 수준이다.

기존 신청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있다. 이미 신청액 기준 공급 목표 금액의 약 80%가 충족됐는데, 금리를 추가로 낮추면 기존 신청자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또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을 견인하고 있어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가계대출 증가세 전환과 관련해 “부동산 가격 안정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영향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은 고금리에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 국민에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담대를 공급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기에 변동성이 클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각에선 가팔랐던 금리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차주(대출받은 사람)가 시중은행으로 돌아가는 건 자연스럽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