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금맥은 분명히 존재한다. 출렁거림이 심한 시장이지만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을 접목한 트레이딩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통계적으로 일정 수준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 베가엑스는 이러한 점을 활용해 수익을 내고 있다."김래현 베가엑스 전무
김래현 베가엑스 전무는 가상자산 불황 속에서도 수익을 내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가상자산의 가격 예측은 기술을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베가엑스가 축적한 데이터, 기술을 적용한다면 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의 흐름이 보인다"며 "이를 통해 베가엑스는 해외 기업 등에 가상자산 투자 자문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베가엑스는 지난 2019년 미국에서 설립된 가상자산 및 금융 상품 전문 투자 회사다. 투자 자문 외에도 베가엑스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도사리는 위험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전무는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시세를 비롯한 각종 지표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최근에는 가상자산 시장 내 리스크를 제어하기 위한 기능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했다.
베가엑스가 자랑하는 것은 자체 고안한 트레이딩 시스템 및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다. 현재 20여명의 개발자 및 연구원들이 가상자산 투자 기회와 위험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시스템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해 24시간 가상자산 시장 분석에 나서고 있다.
김 전무는 1992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는 AI 전문가로서 대학원 시절부터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해 왔다. 김 전무는 지난 2020년 고객 맞춤형 추천 서비스인 '알리고 AI'를 창업한 이후 이듬해 AI 및 머신러닝(ML) 기반 투자 기업인 '시나몬랩스(Cinnamon Labs)'를 설립했다.
김 전무가 베가엑스에 합류한 시점은 지난 2021년, 베가엑스가 시나몬랩스를 인수하면서다. 베가엑스에서 그는 전반적인 사업을 총괄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한국의 개발자 수준은 절대 밀리지 않는다"며 "좋은 개발자들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18일 김 전무를 서울 용산구 베가엑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ㅡ베가엑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베가엑스는 미국에서 설립된 가상자산 전문 투자 회사이다. 다만 트레이딩만 나서는 것이 아닌, 자체 기술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을 해석해 주는 서비스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주식 등 전통적인 금융 투자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게 디지털 자산 분야에 투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회사다."
ㅡ베가엑스의 투자 방식은.
"베가엑스는 AI, 온체인 데이터 등 기반 시스템을 통해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전략으로는 크게 '아비트라지(arbitrage·차익 거래)'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거래소마다 거래되는 가격이 다르기에 그 시세 차이를 포착한 후 차익 거래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ㅡ투자 방법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설명해달라.
"가령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예로 들자면, 두 코인은 장기적으론 가격이 같이 오르거나 내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이를 분, 초 단위로 세세하게 나누면 비트코인은 오를 때, 이더리움은 내려갈 때가 있다. 이런 점을 활용해서 베가엑스는 수익을 낸다. 과거의 두 코인 가격 예측량을 통계로 내서 기준치보다 가격이 내려간 코인에는 오를 것에 베팅을 하고, 반대일 경우에는 내릴 것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ㅡ수익률은 어느 정도 되는가.
"자세한 수익률을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베가엑스 미국 법인의 프롭 트레이딩(Prop Trading·자기 자본이나 차입 금액을 여러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행위) 수익률은 90%를 훌쩍 넘는다. 이를 참고하면 된다."
ㅡ사실 자체 수익률 90%가 넘는다고 현혹하는 업체도 있는데, 베가엑스는 무엇이 다른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트레이딩은 확률과의 싸움이다. 따라서 모든 시장에서 완벽하게 대응하는 전략은 없다. 무조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하는 곳은 의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시장 변화에 따라 전략도 맞게 변하는 것이 핵심이다. 베가엑스는 이러한 전략 개발과 변화에 특화된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한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해 시장 상황에 따라 적합도가 높은 곳에 더 많은 자산을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을 시험 중에 있다. 단순히 하나의 전략에 기대기보다 다양한 전략을 끊임없이 만든다는 것이 우리의 차별점이다."
ㅡ현재 협업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있나.
"없다. 왜냐하면 기관이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아직 미비한 상황이라 협업이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 따라서 현재 베가엑스의 고객은 해외에 있는 기업 및 헤지펀드 등으로 이뤄져 있다."
ㅡ국내 법인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한국은 훌륭한 개발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베가엑스의 주요 사업으로는 가상자산 투자 자문도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 분석도 있다.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여기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선 좋은 개발자 확보가 필수다."
ㅡ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 추후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아직 가상자산은 세상에 등장한 지 얼마 안 됐다. 따라서 거시경제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가상자산 호황을 기대하기엔 어렵다. 다만 이제 비트코인은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기에 경제가 지금보다 회복한다면 가상자산 시장도 다시 좋아질 것으로 본다."
ㅡ최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DeFi) 시장에 대한 논란도 있는데
"디파이 자체는 개인이 금융 기관을 거치지 않고 자산 거래를 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규제 당국 등 제도권 아래 놓이지 않았기 때문에 탈세 등 불법적인 행위가 일어나기 쉬운 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이 최근 문제로 밝혀지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ㅡ베가엑스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예치된 자산 규모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최대한 많은 해외 기업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자산 규모를 늘리고자 한다. 한국 법인을 통해서는 좋은 인재를 영입해 지금보다 완성된 팀을 만들고 시스템 보완에 나설 것이다."
ㅡ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상자산 기업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 시장은 너무 과열된 느낌이 든다. 투자를 하는 것은 좋지만 명확한 근거를 갖고 투자해야 큰 낭패를 피할 수 있다. 주식 시장과 같이 제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잘 형성돼 투자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