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앞세워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은행으로부터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이 평균적으로 시중은행 주담대 차주에 비해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행이 중금리로 중·저신용자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실적 개선을 위해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안전한 담보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주담대 시장 ‘블랙홀’ 된 인터넷은행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 16곳 가운데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상품 기준으로 주담대 평균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연 3.85%인 카카오뱅크인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가 주담대 평균 금리 연 3.93%로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 은행 중 평균 금리가 3%대인 곳은 인터넷은행 2곳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중은행은 대부분 주담대 금리가 4%대였다. 5대 시중은행 중 NH농협은행이 4.24%로 가장 저렴했고, KB국민은행(4.29%), 하나은행(4.35%), 신한은행(4.54%), 우리은행(4.70%) 순으로 금리가 낮았다. 지방은행의 경우 제주은행은 평균 금리가 5.79%, 전북은행은 5.85%에 달했다.
최근 신규 대출자는 물론 낮은 금리 상품으로 이동하려는 대환대출 수요까지 몰리면서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취급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잔액이 지난해 말 1조196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에는 2조3560억원으로 3개월 만에 97% 급증했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해 1조2000억원이었던 주담대 잔액이 지난달 말에는 2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인터넷은행으로부터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의 평균 신용점수가 시중은행 차주들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16곳 가운데 케이뱅크의 주담대 차주 평균 신용점수가 956점으로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는 953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주담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920점을 밑돌았다.
SC제일은행(889점)과 Sh수협은행(894점), 전북은행(836점) 등 세 곳은 주담대 차주 신용점수가 900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 도입 취지 무색 지적에도 안전한 대출 집중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6년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포용 금융’을 주요 목표로 인터넷은행 제도를 도입했다. 인터넷은행은 각자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 비율 등을 지켜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이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주담대 유치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데 대해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에 어긋난 행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금융채나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주담대 금리를 설정하는데, 지점이 없고 인력이 적은 인터넷은행은 가산금리를 줄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시중은행이 주담대 시장에서 인터넷은행보다 금리를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에 따른 연체 위험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이 확보된 주담대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은 2020년 2조3900억원에서 지난해 말 8조5800억원으로 259% 급증했다.
이에 따라 연체율도 최근 빠르게 상승 중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0.58%로 지난해 같은 기간(0.26%)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연체율이 0.48%에서 0.82%로 0.34%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