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사회초년생인 20대 중반 A씨는 대포통장 관련 범죄에 연루돼 수사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검찰을 사칭한 피의자는 A씨에게 통신 제어 및 화면을 공유하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대출까지 받도록 했다. A씨는 ‘국가가 설정한 계좌로 송금하라’는 피의자에 따라 자신의 토스뱅크 계좌에서 2000만원을 보냈다. 금융사기 피해를 본 A씨는 보상받을 길이 막막했다. 다행히 토스뱅크가 해당 피해를 보상, A씨가 안정적인 금융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인터넷전문은행이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금융사기 피해를 보상해 주고, 보호 대상 아동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펼치는 등 단순히 금전적 지원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금융사기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상정책을 도입했다. 토스뱅크는 안심보상제 도입 1년 6개월 만에 1620여건(보이스피싱 41건, 중고 거래 사기 등 부정송금 1579건)의 피해를 대상으로 약 12억원을 보상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적극적인 사회적 책무 중 하나는 고객이 겪는 금융사기 피해를 사전에 막는 것은 물론 나아가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부정 거래를 감지해 사전에 차단하는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기술도 고도화해 나가고 있는 등 고객의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 이를 막아냄으로써 금전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 제공

그동안 인터넷은행은 사회공헌 지출액이 시중은행에 비해 적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1조1305억원으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은 이 중 약 69.2%(7812억원)를 차지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이 중 0.02%(2억7000만원), 카카오뱅크는 0.23%(26억원)에 불과했다. 토스뱅크는 1억원으로 0.01%였다.

사회공헌 지출액은 통상적으로 매년 7월 은행연합회가 전체 은행의 실적을 취합해 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항목 분류는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 ▲사회책임 금융·코로나19 대응 ▲기회 제공·문화가치 확산 ▲포용적 금융서비스 구축 ▲기후 행동 파트너십 등이다.

인터넷은행은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지난해 13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5대 은행과 금액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2644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836억원과 26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사회공헌액으로 줄을 세우면 시중은행보다 수익과 자산이 훨씬 적고 심지어 이제야 흑자전환한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불리한 부분이 많다”면서 “시중은행이 관례로 해왔던 기부금 위탁 등이 아닌 안심보상제 등은 사회공헌 산정에서 제외되는 것 같아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각 사 제공

인터넷은행은 단순 기부에서 나아가 근본적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12월까지 1억6000만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펼치는 ‘모두의 자립’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이는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자립준비청년과 보호 대상 아동의 금융 지식을 강화하기 위해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기획한 실습형 금융교육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립준비청년은 전문 금융강사에게 멘토교육과 금융교육을 받게 된다. 이후 교육을 받은 청년은 보호 대상 아동에게 금융 지식과 자립 준비 경험을 전달하는 멘토 역할을 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실습형 금융교육을 제공해 자립준비청년들의 자립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이번 교육 활동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역시 최근 국제아동권리 비영리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전국 아동복지시설 9곳에 노트북·데스크탑 등 PC 190대를 기부했다. 이번에 전달된 PC는 케이뱅크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기를 새로 정비해 아동들이 교육과 체험 등 다양한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육 아동의 IT교육을 지원하고, PC 활용능력 향상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서다.